'만 25세' 일반 피선거권도 문제
젊은 정치인 중심 '개헌' 움직임
‘36세 제1야당 대표 가능성’.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했던 현상이다. 정치권을 넘어 온 국민의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내건 가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공허하게 사라졌고 개혁을 요구하며 민주당에 몰표를 준 국민의 노력은 무색해졌다.
결국 ‘불공정한 사회’가 시대적 과제가 돼버렸고 온 나라에 ‘개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진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장 개혁이 절실한 20·30 세대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거세졌다. 이 같은 흐름이 결국 ‘이준석 돌풍’을 거세게 만들어 낸 것이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 이들이 앞으로 제대로 할 것인가에 대한 불신과 그에 따른 새 인물에 대한 갈증이 한몫 했다”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혁명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이 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나온 자당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도 이준석 돌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준석 현상이 단순한 돌풍이 아닌 국민의 힘 전당대회 흥행으로 이어지면서 태풍으로 변하자 민주당이 벼랑 끝에 몰렸다. 민주당이 더는 ‘내로남불’이나 불공정에 대해 침묵했다가는 내년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이 같은 고육지책의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나아가 ‘젊은 대통령’도 기대할 만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의 벽’이다. 헌법 67조 제4항에 따르면, 대통령 피선거권은 선거일 기준 40세 이상에게만 부여하고 있어 30대 이하는 출마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헌이다. 개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세계 어디에도 대통령 나이를 40세로 제한한 나라는 없다”며 “대한민국의 젊은 정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논리적·시대적으로도 안 맞고 불필요한 조항 정도가 아닌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피선거권 연령은 법 체계를 만들 때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정해졌을 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피선거권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의 30대 청년 의원 전용기 의원은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40세에서 만 25세로 낮추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 중이다. 개헌을 위해선 우선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로 제안을 해야 한다.
청년 정당도 함께 뛰고 있다. 청년정의당은 최근 ‘대선 40세 미만 출마제한 폐지’ 관련 여야 청년정치인 공동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2030의 대통령 출마를 가로막을 합리적 이유도 없으며, 여러 당에서 동의를 표했다”며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청년 후보를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뿐 아니라 총선, 지방선거 등 일반 피선거권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재는 만 25세 이상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 사실상 20대 절반은 피선거권이 없는 셈이다. 실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하루 차이로 25세 기준을 맞추지 못해 출마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피선거권 연령이 낮을수록 청년 대표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되는 국제의원연맹(IPU) 통계 결과도 있듯이, 우리나라도 피선거권 제한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IPU가 지난달 전 세계 258개 의회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피선거권 제한연령이 낮을수록 평균연령 40대 이하인 의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피선거권 연령이 만 18세 안팎인 의회(총 45곳) 중 평균연령 40대 이하인 곳은 93%, 피선거권 21세 안팎인 의회(30곳)는 90%, 피선거권 23세 안팎(4곳)인 의회는 100%, 우리나라와 같은 피선거권 25세 안팎인 의회(37곳)는 86%로 대체적으로 90% 이상이다. 다만, 피선거권 25세 안팎인 의회 중 유독 우리나라만 국회의원 평균연령이 54.9세로 해외 의회들과 비교해 고령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