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각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재정 정상화에 나섰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와 대조적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가 기획재정부 ‘재정동향 6월호’에 기고한 ‘주요국 예산안 및 중기 재정운용 방향’ 보고서를 보면, 독일과 영국,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단계적인 재정 정상화 프로그램 가동을 시작했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독일이다. 4월 ‘2021 안정화 프로그램’에서 중기 목표로 일반정부의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로 설정했다. 2023년에는 차입 없는 재정 균형을 대원칙으로 삼되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 목표를 GDP 대비 0.35% 이내로 제한하는 채무제한법(Schuldenregel) 규정도 다시 적용한다. 이를 통해 올해 -9%까지 확대된 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에 -3%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2023년 -1.5%, 2024년 -0.5%에 이어 2025년에는 재정균형(0%)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프랑스는 2022년부터 2027년까지 공공지출 증가율을 0.7%로 제한기로 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올해 -9%에서 내년 -5.4%, 2023년 -4.4%, 이후 3년간 –3%대로 낮추기 위해서다. 영국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단기적으로 경제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되 2023년에는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세출을 통제하는 대신 세입을 늘려 재정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다.
이 밖에 캐나다는 9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 지원의 대부분을 종료하며, 미국은 올해 -16.7%까지 악화한 GDP 대비 재정수지를 내년 -7.8%까지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은 30조 원 안팎의 2차 추경을 검토 중이다. 소상공인 등 피해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금(버팀목자금)과 함께 일반 국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을 동시 지급하는 게 큰 방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재정전략회의에서 “어도 내년까지는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도 총지출 증가율이 예년 수준을 유지하면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정부 안팎에선 3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의 일부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나, 추경 규모가 20조 원 중반을 넘어서면 국채 상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추가 세수의 40%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2차 추경처럼 지방교부세 일부를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채무 상환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