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각종 신·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하려면 바이러스 연구의 저변 확대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정부가 바이러스연구소를 설립한다. 이 연구소는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중장기적으로 수행해 기초연구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바이러스 연구자와 연구그룹 육성에도 힘을 쏟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6일 기초과학연구원 과학문화센터에서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개소식을 열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최근의 코로나19까지 국내외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가 확산됨에 따라 과학기술적 대응체계의 필요성 제기됐고, 국내 바이러스 전문가들의 의견수렴과 범정부 차원의 검토를 거쳐 이달 1일 연구소장을 선임했다.
바이러스연구소를 이끌어갈 초대 연구소장과 연구센터장은 국내외 석학으로 구성된 연구단선정평가위원회(SEC)의 전문적ㆍ객관적 평가를 거쳐 충북대 의과대학 최영기 교수(51세)와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 교수(50세)가 맡게 됐다.
최영기 교수는 세계적인 바이러스 연구자로서 연구소 전체의 운영을 책임지는 연구소장의 역할과 함께 ‘신ㆍ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장’을 겸임하면서 신ㆍ변종 및 인수공통 바이러스 병인기전 규명 연구를 이끈다. 신의철 교수는 ‘바이러스 면역연구센터장’을 이끌면서 바이러스 면역반응 및 면역병리 기전을 연구하고 신종 바이러스 대응 지식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바이러스연구소의 주요 기능은 △바이러스 기초연구 △바이러스 연구협력 허브 △바이러스 인재 양성 △감염병 대응 지원 등으로 나뉜다. 우선 수월성 중심의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수행해 기초연구 역량을 강화한다. 바이러스에 대한 근원적 이해 증진을 위해 바이러스와 숙주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신변종 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한 연구, 바이러스의 모델링 또는 다학제 연구 등 다양한 기초연구를 수행한다.
바이러스연구소는 국내 바이러스 연구기능을 상호 연계해 연구협력 활성화를 촉진하는 등 국가 바이러스 연구ㆍ인프라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맡는다. 대학, 기업,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바이러스 연구협력 협의체’의 핵심적 역할 수행 및 바이러스 연구시설ㆍ장비의 효율적 공동활용을 촉진해 기초연구 성과가 응용연구(치료제ㆍ백신 개발 등)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한다. 또 ‘바이러스 연구자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생물안전 3등급시설(BL3) 등 연구시설과 장비의 공동 활용을 촉진하고 바이러스, 검체 등 연구자원을 제공하는 등 기초연구의 조력자(facilitator) 역할도 맡는다.
연구소는 바이러스 우수연구자 및 연구그룹(CoE)도 육성한다. 바이러스 기초연구 인력 및 연구그룹의 육성을 통해 국내에 부족했던 우수 연구인력 저변을 확대한다. 아울러 신변종 감염병 발생 등 국가적 위기상황 발생시에는 감염병연구소(질병청), 농축산검역본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감염병 대응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필요한 연구를 신속히 지원하는 것도 역할에 포함된다.
바이러스연구소는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의 전략적 연구센터, 바이러스 연구자원센터 등으로 구성되는 연구소(institute) 형태로 운영된다. 연구소 아래에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별 연구센터를 둬 다양한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의 연구수행한다. 각 연구센터의 운영은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의 운영 형태를 준용하며, 연구소의 원활한 연구행정지원을 위해 전담 지원부서를 설치한다.
한편 정부는 9월까지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소의 올해 예산은 55억 원, 내년은 141억 원이다. 과기정통부가 80억 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가 45억 원만 반영해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에서는 30억 증액을 추진했으나 예결위 본심사에서 기재부 조정으로 10억 원만 증액하기로 결정됐다. 해당 금액은 1개 연구단(연구소 하위조직)만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사업 구체화를 거치면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바이러스 연구소는 막 설립되고 연구자를 모으기 시작하는 단계”라며 “현재 예산이 크지 않더라도 조직이 완성되고 계획이 수립되면 점점 지원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