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필드 만들고 야구단 인수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힐링과 치유의 공간' 지향하는 여의도 더현대서울
'아트 비즈니스' 등 다양한 시도 이어져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유통업계에선 기존 '경쟁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은 앞다퉈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서며 이커머스와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 '오프라인끼리'ㆍ'온라인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뜻이다.
'영업장'은 고객의 체험과 경험을 가능케 해 오프라인만의 강점으로 평가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제공해 그들의 시간을 점유한다는 것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시간 점유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간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수장인 정용진 부회장은 일찍이 2016년 복합쇼핑몰 '하남스타필드'를 열며 "고객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쇼핑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쇼핑은 물론이고 여가와 레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복합 체류형 공간을 지향한 스타필드는 복합쇼핑몰의 새로운 사업 형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남을 시작으로 고양과 안성 등에서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수원와 스타필드 창원 등의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올초 야구단 인수도 '시간 점유'를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신세계그룹은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인수 당시 "프로야구를 고객과 접목하면 '경험의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복합쇼핑몰 위에 야구장을 지어 쇼핑과 레저를 즐기도록 하겠다거나 야구장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받는 별도 앱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언급하는 등 인천의 SSG 랜더스필드 야구장을 이마트, 이마트24, 스타벅스, 노브랜드 등 보유 브랜드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초 여의도에 오픈한 '더현대서울'에서도 고객 시간 점유에 대한 고민이 읽힌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수식어로 '쇼핑을 위한 힐링(리테일 테라피)', '자연친화적 백화점'을 택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공간은 5층에 1000평 규모로 자리한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다. 이 공간을 비롯해 각 층마다 크고 작은 실내 조경 공간을 다 합치면 1만1240㎡(3400평) 규모에 이른다.
영업장으로 활용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을 조경 공간으로 결정한 것은 백화점 업계에서 '이례적인 도전'으로 여겨진다. 당장의 매출을 추구하기 보다 고객이 머무르고 싶은 장소를 만들겠다는 현대백화점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공간 혁신의 또 다른 키워드는 ‘자연’이다. ‘더현대 서울’은 전층에서 자연 채광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천장은 모두 유리로 제작됐고, 채광을 위해 천장부터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오픈시키는 건축 기법(보이드, Void)을 활용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1층 매장에서도 햇살을 맞으며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쇼핑을 통한 정신적 치유와 힐링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백화점이 이른바 '아트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백화점은 비대면 시대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곳곳을 전시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품 판매ㆍ전시를 택한 것.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에 이어 갤러리아백화점은 8월 19일까지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콘크리트’와 함께 ‘갤러리아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쇼핑 공간을 넘어 백화점에서 문화∙예술 체험을 제공하는 신규 예술 마케팅 캠페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