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조치원 복숭아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올해 초 동해(凍害) 피해를 본 데다 최근 폭염 때문에 병도 심하고, 제대로 된 품질이 나오지 않습니다."
충청남도 세종시 연기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안희용 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복숭아가 제철이지만 예전만큼의 물량을 수확하지 못했다. 올해 초 이상저온으로 한 차례 피해를 입었고, 여름이 되면서 태풍은 무사히 넘기나 했는데 곧바로 폭염이 찾아왔다.
안 씨는 "올봄 꽃이 펴야할 때 기온이 낮아 다 떨어져버렸고, 지금은 가뭄 탓에 열매가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며 "상품성 있는 복숭아는 얼마 되지도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조치원은 복숭아 산지로 유명하다. 수확 시기가 되면 곳곳에서 복숭아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일소(日燒) 피해로 팔 수 없는 복숭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소 피해는 과실 표면이 강한 햇볕에 타들어 가는 현상이다.
안 씨는 "지금쯤이면 복숭아가 흔해지고 가격이 싸지는데, 요즘은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은 괜찮지만 팔 상품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폭염으로 일손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매일 한 낮 기온이 35도를 넘다 보니 밭에서 일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안 씨는 "고추는 물이 닿지 않는 곳에서 다 말라가고 있다"며 "올해 농사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소비까지 위축돼 농가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식자재 시장이 올스톱 됐다"며 "소비는 없고 무더위로 품위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은 폭염이 지나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다른 관계자는 "폭염으로 물량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거리두기 강화가 이어지면 소비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8월 중순까지는 지금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황 부진과 소비 위축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장에서는 농산물 물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더욱 힘이 빠진다. 물가를 올리는 주범으로 항상 농산물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작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안 씨는 "농사만 지으면 절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고,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농상물 가격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며 "정부가 시세를 신경 쓴다고 해도 아직 현실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