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산 넘어 산이다. 당장 이번 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나온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사건보다 무거운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이외에도 3개의 재판(대장동·백현동·성남FC·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대북송금, 법인카드 유용)이 이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 위증교사 혐의는 대체로 형량이 무거운 편이라 또 한 번 유죄 판결이 나온다면 이 대표는 정치적 치명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민주당이 꽤 견고하다. 아니, 친명(친이재명)계의 충성심이 날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신의 사제”라며 이 대표를 신격화하고, 판결 무력화를 위해 ‘위인설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아침 회의 시간이면 지도부가 돌아가며 이 대표의 무죄 이유를 읊는 낯부끄러운 상황도 연출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플랜B’는 사실상 금기어다. 기자가 “재판”이나 “대안”, “대책”이란 단어를 꺼내놓기라도 하면 일부 지도부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논의된 바 없다”며 딱 잘라 선을 긋는다. 최근 물밑 움직임을 보이는 비명계를 향해선 “움직이면 죽이겠다”는 극언까지 내뱉었다. 공당(公黨)에서 정당한 대선후보 경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가 좀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같이 병드는 건 국회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 처음 진행된 국정감사는 ‘기승전 김건희’로 끝났다. 사법리스크 환기를 위한 대여 공세에 국감장이 정쟁의 무대로 변질됐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질의의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는 일부 보좌진의 자성 섞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바로 이어진 예산안 심사에서조차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는 전액 삭감, 대법원 예산은 240억 원 증액했다. ‘이재명표’ 민생 정책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도 보란듯 2조 원 증액했다. 다수 의석이란 권력을 틀어쥔 채 국회를 발아래 두고 큰소리치는 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만들어낸 해괴망측한 모습들이다.
궁금한 건 ‘과연 언제까지?’이다. 2027년까지 갈 길이 멀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미국 월가의 대표적인 투자 격언을 떠올려 볼 때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니 말이다. 계속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다간 어느 시점부턴 개인의 위기가 정당의 위기로 옮겨붙을지 모를 일이다. 친명, 친문, 친한, 친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친’자가 수식어로 따라붙는 정치인들의 말로는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철새가 되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거나, 아니면 수장의 죽음과 함께 인신공양의 제물로 바쳐지거나. 당 대표가 아닌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국회의원으로선 두 선택지 모두 그다지 명예스럽진 않아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