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가 대체로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주요 원인으로 유능한 개발 인재를 스카웃하기 위해 단행한 연봉 인상이 자충수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초 개발 인력 이탈을 방지하고, 인재 영입을 위해 경쟁하다시피 연봉을 인상해온 게임업계가 신작 부재까지 겹치며 실적악화가 잇따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게임업계 전체가 인건비에 발목 잡혀 장기적인 실적 악화, 적자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이투데이 취재결과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일제히 감소했다. 펄어비스는 2분기에 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넷마블은 영업이익이 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역시 영업이익이 각각 42%, 46% 감소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동반 실적 하락이 무리한 인력 쟁탈전에서 비롯된 연봉 인상 후폭풍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 연봉 인상 릴레이는 올해 2월 넥슨이 전 진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일관 인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컴투스, 게임빌, 웹젠, 스마일게이트, 조이시티, 베스파, 네오위즈 등 대부분의 게임사가 연봉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연봉 인상에 따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게임업계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넷마블은 2분기 인건비만 15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억 원 증가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인건비가 지난해 2분기 1623억 원에서 올해 1860억 원으로 237억 원 늘었다. 이외에도 상반기 연봉 인상 릴레이에 합류한 대부분 게임사의 상황은 비슷했다.
게임사들은 실적 악화를 하반기 신작 출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낙관적이지 않다. 3, 4분기에도 고정적으로 인건비 지출은 계속해서 늘어나는데 기약 없는 신작 출시만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승한 연봉을 기준으로 내년 임금도 결정되는 만큼 앞으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봉이라는 고정 지출이 늘어난 상황에 신작도 늦어지고 있어 게임업계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인센티브 등 추가적인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면 게임사들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임금상승으로 인한 실적악화에도 회사의 핵심 개발자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견해도 있다. 경쟁사의 높아진 임금으로 개발자들이 대거 옮겨가게 되면 회사의 이름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개발자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특히 개발자 쟁탈전에 집중하면서 신작보다 인력 지키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개발사에서 임금을 무기로 개발자들을 데려간다면 중소 개발사는 회사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임금상승 대열에 합류했다”며 “신작 출시주기가 긴 중소게임사의 경우 실적악화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