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인플레이션 헷지(hedgeㆍ손실 위험 방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올랐다. 미국 소비자물가의 전월비 상승률은 팬데믹 이전 5년간(2015~2019년) 평균 0.2% 상승했다. 이에 현재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코로나19 기저효과가 줄어들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과는 배치되는 추세다.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미국 10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2.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공급 차질에 따른 병목현상으로 급등한 일부 품목들의 물가 압력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물가상승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신증권 이다원 연구원은 “물가에 미치는 일시적 요인의 영향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라며 “중장기적인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상존한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 리스크 요인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플레이션 헷지 상황에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에서 제공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 예상치를 실제 실현치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강세를 보인 업종을 분석했다. 1995년 1분기부터 2021년 2분기까지를 분석 기간으로 삼았다.
경제성장 변수도 고려됐다. 같은 인플레이션이라 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매우 다른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에너지와 소재 분야가 경제성장 변수와 무관하게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에너지와 소재 분야는 분석 기간 평균 각각 15.8%, 13.0%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지윤 연구원은 “두 섹터가 애초에 물가상승의 동인이 되는 원자재를 판매하는 산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견 당연한 결과이긴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가가 상승하는 기간에는 경기소비재 분야 수익률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분석 전 기간 평균 20.1을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가 낮을 때는 약 6~8%의 수익률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향후 경기 정점 통과 여부와는 무관하게 현재 시장의 전망보다 강력한 인플레이션의 실현을 예상하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에너지, 소재 두 섹터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