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위헌논란] 법대로라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묻혔다

입력 2021-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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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1-08-24 18:37)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당시 검찰 가짜뉴스로 봐 최씨가 소송 걸면 고액 배상

비선 실세 실마리 '태블릿PC' 등 의혹 제기 보도 위축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가 지난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가 지난 2017년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25일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담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로 국회 문턱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개정안 시행에 따른 변화를 과거 보도에 적용해 예상해봤다.

개정안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보도 위축’으로, 나아가 헌법상 언론의 자유 침해로 위헌 논란까지 나오는 원인이다. 이런 우려의 신빙성은 근래 가장 파장이 컸던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에 해당 법안을 적용하면 드러난다.

우선 국정농단이 처음 제기됐던 ‘정윤회 문건 사건’이다. 지난 2014년 세계일보는 비선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의 남편인 정윤회 씨가 청와대 핵심인사들과 접촉하며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문건을 보도했다. 검찰은 문건 유출경위에 초점을 맞춘 수사를 하면서 문건 자체는 허위사실로 결론 내렸다.

만일 당시에 해당 개정안이 시행됐다면 ‘일반인’인 최 씨나 정 씨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것이고 검찰 수사 결론이 근거가 돼 승소했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국정농단이 드러난 뒤인 2017년 6월이 돼서야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기자들은 영영 가짜뉴스를 생산한 기자로 남게 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도 보도 위축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 씨가 대기업에 미르·K재단 출연이나 특정업체 계약 체결을 강요했다는 보도가 한 예다. 대법원은 이에 강요죄의 성립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정안의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다. 고의·중과실 자체가 주관적 판단이라 후일 무죄로 드러난다면 이를 근거로 의혹제기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시도할 수 있다.

‘최순실 비선실세’ 실마리를 제공했던 JTBC의 태블릿PC 보도도 출처·진위 불명, 조작 의혹으로 최 씨 측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 제기 시 법원 판결 때까지 이를 기반으로 한 언론들의 탐사 보도를 할 수 없게 돼 결국 ‘최순실 국정 논란’은 묻힐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런 예상이 언론에는 충분한 ‘위협’으로 인식돼 위축 보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법리’(chilling effect doctrine)를 위헌판단의 논거로 적용하는 이유다.

헌법학자인 이상돈 전 의원은 “재판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면 언론중재법이 적용됐던 보도는 재심하게 되고 적용되지 않았던 보도도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를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장기간에 걸친 리스크를 어느 언론사가 지겠나”라며 “미국에서는 이처럼 언론에 위협이 되는 환경을 만드는 걸 위축 효과가 규정하고 위헌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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