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출금액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출물량이 하락했지만, 대당 판매가격은 오히려 상승해 전체 수출금액은 증가했다.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고급차와 SUV 수출 비중이 늘었고,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 시대에 공격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그동안의 ‘값싼 한국차’라는 부정적 인식도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이투데이 취재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 등을 종합한 결과 3분기 누적 완성차 수출금액은 총 305억8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34억7600만 달러)보다 30.3% 증가했다.
최근 10년 사이 자동차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은 2014년이, 수출 물량은 2012년이 정점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수출물량은 감소 중인데 금액은 정점이었던 2014년에 다시 근접하고 있다.
2010년대 초 한국차는 본격적인 양적 성장을 시작했다. 당시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세계 시장에서 한국차가 주목받던 때다.
고유가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연비가 좋은 한국차의 인기가 오르기 시작한 것. 여기에 경쟁사인 일본차가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 여파를 받는 사이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누리던 때였다.
이를 기회 삼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본격적인 ‘양적 성장’을 추진했다.
특유의 뚝심을 앞세워 글로벌 생산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800만 대 생산 설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친환경차 수요가 급성장했다. 이를 시작으로 교체 수요가 위축되면서 자동차 시장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다.
이 무렵은 크고 작은 SUV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 양상도 달라졌다. 세단과 소형차에 집중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발 빠르게 SUV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여기에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2015년)해 고급차 시장에도 맞서기 시작했다.
2018년 정의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변화는 더 빨라졌다. 질적 성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도 이때부터다.
결국, 차 수출 규모는 줄었어도 판매로 인한 수익은 오히려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416만 대에서 400만 대로 하향 재조정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한 데 따른 전략 수정이다.
그런데도 전망은 긍정적이다. 고급차와 SUV, 친환경차 생산에 집중하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도 신차 효과와 제품 전략을 제대로 누리는 중이다.
덕분에 전년 대비 15%로 예상했던 자동차 부문 매출액 성장률 목표를 18%로 상향 재조정했다.
이런 전략은 실제 순위로 드러났다. 이날 글로벌 자동차 통계 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판매는 503만2045대로 잠정 집계됐다.
중국 도매판매 일부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일본 토요타그룹(737만5705대)과 폭스바겐그룹(629만9765대)에 이어 3위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2000년대 이후 세 번째 맞는 ‘신차 슈퍼 사이클’ 효과를 앞세워 효율적으로 위기에 대응하면서 시장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친환경차 시장에 적극 대응 중인 만큼, 신차 효과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