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달라진 광군제 D-3...K뷰티 부활 신호탄 쏠까

입력 2021-11-08 17:00 수정 2021-11-0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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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의 쇼핑 대목인 ‘광군제’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매년 11월 11일 ‘독신자의 날’을 기려 시작한 광군제는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싱글데이’, ‘더블 일레븐 데이’로도 불리는 광군제의 올해 관전 포인트를 짚어봅니다.

◇시진핑 취향만 저격...올해 광군제, 뭔가 달라졌다

▲2020년 11월 11일 중국 알리바바그룹딩의 광군제 행사가 끝나고 총 매출액이 알리바바미디어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항저우/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1월 11일 중국 알리바바그룹딩의 광군제 행사가 끝나고 총 매출액이 알리바바미디어센터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항저우/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0일부터 사실상 개막한 올해 광군제는 매출보다 ‘환경’과 ‘공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동안은 알리바바그룹이 행사를 주도해 화려한 이벤트와 돈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는 시진핑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예년과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선, 올해 광군제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녹색적 쌍십일’과 ‘공익적 쌍십일’ 2개입니다. 시진핑 지도부의 입맛에 맞춘 친환경 상품과 이산화탄소(CO2) 삭감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다 시 주석이 빈부 격차 문제 해결책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공동부유’라는 정책도 반영했습니다.

이 일환으로 알리바바는 1억 위안(약 1560만 달러) 상당의 ‘그린 바우처’를 발행해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에 기여하는 구매를 장려한다는 방침입니다.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인 차이냐오도 이달부터 중국 20개 도시의 1만 개 물류센터에서 포장재를 재활용하기로 선언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알리바바는 자사 몰에 출점한 기업에게 친환경 가전 등 환경을 배려한 상품을 갖추도록 요구하였고, 소비자에게도 낡은 가전 등의 리사이클을 촉구합니다.

또 알리바바는 독거 노인과 농촌의 소외된 어린이들, 저소득층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판매자로하여금 판매액의 일부를 기부하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Goods for Good’ 구매를 해시태그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때마다 1위안을 기부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이런 행보는 중국 규제 당국이 IT 기업에 대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촉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 주석이 ‘공동부유’를 강조한 8월 연설 후 알리바바는 1000억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기술 투자 촉진과 소상공인 지원, 농촌 지역 발전 촉진, 소상공인 해외 진출 지원, 긱이코노미 근로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쓰기로 하였습니다.

알리바바가 이렇게까지 정부 방침을 강하게 의식하는 배경에는 당국의 인터넷 통제가 있습니다. 알리바바는 올 4월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알리바바는 오랫동안 출점 기업에 대해 경쟁 사이트에 출점하지 않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당국에 시인했습니다. 또 알리바바의 상징과 같았던 마윈 회장은 “당국의 규제가 후진적”이라고 비판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당국에 불려다니다가 결국 회장 자리에서 내려왔고, 산하 금융그룹 앤트그룹은 상장이 무산되는 일까지 겪었습니다.

◇중국 소비 부진 속 매출 사상 최대치 이상 無?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 추이. 출처 : Statista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 추이. 출처 : Statista

작년 11월 1~11일까지 11일간 열린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은 4982억 위안(약 741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2019년 2684억 위안의 2배 가까운 수치입니다.

지난해 광군제 행사는 중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억제한 후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으로 평소 명품 구입을 위해 해외로 나가던 중국인들의 발이 묶이면서 이들이 광군제에 대거 참여해 매출이 크게 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광군제 행사에는 25만 개의 브랜드가 참여했고, 그 중 3만1000개가 해외 브랜드로 알려졌습니다. 알리바바의 마이클 에반스 사장은 알리바바의 총상품가치(GMV) 741억 달러 중 50억 달러 이상이 미국 브랜드에서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가장 큰 비중입니다. 에반스 사장은 CNBC에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는 대중국 전략과 디지털 전략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올해 광군제에는 작년보다 4만 개 많은 29만 개의 브랜드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건 백신의 등장으로 코로나19 통제가 어느 정도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개인 소비가 서서히 정체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온라인 쇼핑만 보면, 9월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1% 성장, 전자상거래가 소비 전체를 견인하는 구도가 선명합니다. 해외 여행이 제한되는 가운데 부유층에 의한 고액 소비가 온라인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명품·중국산 사이에 낀 ‘K뷰티’ 부활 주목

▲아모레퍼시픽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아모레퍼시픽 주가 추이. 출처 : 구글

광군제 매출 결과는 기업들의 연간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올해도 관심이 높습니다. 국내 기업들, 특히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K뷰티'의 부활 여부가 주목됩니다.

K뷰티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5월만 해도 30만 원 선에서 거래되더니 최근엔 20만 원 선에도 못 미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약 6대4 정도인데, 해외에선 중국 비중이 가장 큽니다. ‘라네즈’와 ‘아이오페’, ‘마몽드’, ‘에뛰드’ 같은 다양한 연령대를 겨냥한 제품 라인들이 한류 붐을 타고 인기를 끈 덕분입니다.

하지만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중국 내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면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며 화장품 소비도 늘 것 같았으나 고가 수입 브랜드와 가성비 좋은 중국 브랜드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중간에 낀 K뷰티 인기가 시들해진 것입니다. 중국인들의 쇼핑 천국인 서울 명동 거리에서도 화장품을 쓸어 담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여기다 중국의 애국소비 열풍인 ‘궈차오’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궈차오’는 현재 중국에서 국산물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과 민족문화를 이어주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바이두 2021년 궈차오 검색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가장 주목받는 궈차오 관련 10대 이슈에서 국산품 디지털, 패션, 화장품이 1~3 위를 차지하였으며, 7~10 위까지는 국산 영화, 만화, 음악, 문학, 음식, 문화유산과 첨단기술이 포함됐다고 합니다.

하나금융투자는 7일자 보고서에서 화장품의 경우 ‘궈차오’ 우려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화장품은 온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하고, 얼굴에 바르는 것으로 자동차, 신발, 옷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어 2017년 사드 보복 조치 때도 LG생활건강의 ‘후’는 잘 팔렸다고 합니다.

일련의 내용을 볼 때, 결국 광군제는 상당히 중요한 소비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광군제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몇몇 업체들은 꽤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와 애경산업의 ‘Age20‘s’ 는 이미 중국 법인으로 상당한 물량이 넘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양대 K뷰티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중국 최정상 뷰티 인플루언서인 ‘웨이야’를 통한 지난달 20일 예약판매에서 ‘후’의 대표 상품 ‘천기단 화현’을 1000억 원어치 팔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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