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때 워크아웃을 경험한 건설사들과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은 모두 공격적인 주택마케팅을 펼쳤던 업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 건설사들의 위기는 11년전 IMF당시와 유사하다. IMF 당시 건설사들은 90년대 초반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가 입주를 마치면서 시작된 주택시장 공급과잉현상으로 인해 주택사업 일감이 크게 줄었다.
이후 96년부터 시작된 불황 속에 삼익건설이 첫 파산 테이프를 끊은 후, 전통의 주택명가 우성건설과 리비아 대수로 사업의 주역인 동아건설 등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당시 워크아웃에 돌입한 건설사들은 현대건설을 비롯해, 대우건설, 쌍용건설, (주)한양, 한신공영, 남광토건 등 80년대 강남개발과 90년대 신도시 건설의 '주역'들이다.
최근 진행중인 건설업계 구조정 판도는 11년전과 유사하다. 지난달 20일 확정된 C등급 건설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풍림산업과 월드건설, 우림건설, 이수건설, 삼능건설 등 2000년대 초반 주택시장 붐과 더불어 공격적인 주택 마케팅을 펼쳤던 업체들이다.
이중 흥미로운 것은 IMF 당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업체들은 이번 건설사 위기에서 건재함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IMF 당시 워크아웃에 들어간 업체들의 경우 쌍용건설을 제외한 모든 업체가 경영진이 바뀌었으며, 사업규모도 크게 줄이는 등 변신에 성공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대부분 금융권의 지난 1차 신용위험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B등급에 머물렀지만 워크아웃으로 떨어질 만한 위기는 감지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아건설과 합병한 경남기업만 재차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면서 '재수생'이 됐을 뿐이다.
이같은 상황을 봤을 때 향후 건설사들의 경영전략은 '공격'보다는 '수성'에 더 치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80년대 초반 강남개발과 90년대 초반 5대 신도시,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주택개발 붐 등 주택사업 활황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던 업체들은 여지없이 워크아웃 되는 상황이 나타나면서 무리한 사업확장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토목공사와 플랜트건설 등은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될 수 있지만 수익폭이 작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0년새 두차례에 걸친 워크아웃 홍역을 겪은 만큼 활황기가 다시 오더라도 이젠 과거처럼 공격적인 사업 추진을 할 업체들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공급량 자체가 과잉상태에 있는 만큼 주택사업을 예전처럼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대형 건설사를 따라가기 위해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적은 인원으로 적게 사업을 추진하려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두 번의 건설 위기를 통한 학습효과로 인해 이제부턴 건설사들의 '몸사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건설산업은 특성상 해외진출이 쉽지 않고 내수시장에 촛점을 맞출 수 밖에 없어 건설업체들의 슬림화가 앞으로 업계의 트랜드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