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집단이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빌려준 자금이 2900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중 효성그룹이 1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공정거래원회는 효성의 대여금 중 조현상 부회장이 빌린 373억 원에 대한 공시 누락 사실을 포착하고 그 경위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16일 '2021년 지정 71개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 원 이상ㆍ이하 공시집단) 내부 거래 현황'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23개 공시집단 소속회사가 특수관계인(계열사 제외)에게 빌려준 자금은 2900억 원이었다. 이중 효성이 1000억 원으로 대여금이 가장 많았다. 효성 소속회사인 효성TNS, 효성굿스프링스, ASC가 주주인 특수관계인(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에게 빌려준 것이다.
이중 ASC는 지난해 4월 조 부회장에게 373억 원을 빌려준 후 올해 3월 회수한 건은 공시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법은 공시집단 소속 회사가 특수 관계인과 자금을 거래할 경우 관련 내용을 분기별로 공시토록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가 총수(동일인)의 특수 관계인에게 1년 가까이 장기간 돈 빌려준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어떤 상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600억 원), 셀트리온·부영(각 400억 원), 유진(200억 원) 등도 계열사를 통해 특수 관계인에게 돈을 빌려줬다.
올해 71개 집단의 내부거래(상품·용역) 금액은 전년 대비 13조2000억 원 줄어든 183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내부거래 비중(11.4%)도 0.8%(P)포인트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계열사는 48개 기업집단의 138곳이었고, 주된 업종은 사업지원서비스업, 부동산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등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 또는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은 여전했다. 특히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7%로, 20% 미만인 회사(11.5%)의 2배 가까이 높았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지분율 20∼30%의 상장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총수일가 지분율 20∼30% 상장사의 자회사) 363개의 내부거래액(24조1000억 원)은 전년보다 2조4000억 원 줄었지만 규제대상 회사보다 2.7배가량 많았다.
회사당 내부거래 금액도 사각지대 회사(700억 원)가 약 1.7배 많았다. 규제대상 회사와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93.7%)으로 이뤄지는 현상도 지속됐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 내부거래 관련 집행 강화와 함께 경쟁 입찰 확산 등을 통해 자발적인 일감 나누기 문화를 배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