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형 인재 못 찾는 기업들 "우리가 직접 교육해 채용하겠다"

입력 2021-12-12 10:00 수정 2021-12-1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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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기술 경쟁 속 대학 內 인재 육성 전력
시스템 반도체 중요성↑, 산학 협력 이어져
LGD,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 계약학과 개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잇따라 대학 내에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진 기술 경쟁에서 차세대 인재를 키워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는 즉시 전력화 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대학교육의 한계를 반영한 기업들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학 내에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교육 과정을 학부는 물론 석ㆍ박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 학비, 기숙사비 지원을 비롯해 인턴십 경험, 전문가 강의, 현장 실습 등 실무 교육을 제공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업까지 보장하는 ‘계약학과’ 형태다.

지금까지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가 주를 이뤘지만, LG디스플레이는 8일 디스플레이 업계로는 최초로 연세대에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학과’를 신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미래 핵심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중요한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융합학과에 대해 “2022년 학년도부터 모집을 시작해 2023년에 운영을 시작한다”라며 “학사뿐 아니라 향후 석박사로 확장할 예정이며 타 대학에도 신설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고 반도체 특화 계약학과를 중점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전략의 골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국내 반도체 시장을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로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2030년까지 고급 전문 인력 1만7000명 양성을 목표로 한다. 그 일환으로 2021년 연세대와 고려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기업 수요에 기반한 연구ㆍ개발(R&D) 사업을 통해 석ㆍ박사 인력 4700명 공급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기업 중 계약학과 개설에 가장 먼저 나섰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확대는 물론 최근 계속되는 미ㆍ중 반도체 패권 경쟁 등 글로벌 기술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 인력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성균관대와 함께 2006년 국내 첫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들었다. 이후 2011년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도 개설했다. 또 2023년부터 5년간 카이스트와 포스텍(포항공대)에서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반도체공학과’를 각각 신설하고, 반도체 인재 500명과 200명을 육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 전략의 일환으로 삼성전자가 연세대와 손잡고 개설된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2021년 운영을 시작했다. 시스템 반도체 전문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인재 육성에 동참했다. 2021학년도부터 고려대에 ‘반도체공학과’를 개설해 운영에 나섰다. SK인턴십 프로그램, 세계 최대 ITㆍ가전쇼인 CES 및 실리콘밸리 기업 견학 등의 지원과 함께 석ㆍ박사 통합 과정 연계 진학 시에도 학비와 학비 보조금을 지원한다.

한편 서울대학교는 특정 기업과 연계가 없는 연합 전공 형태로 지난해 반도체 관련 전공인 ‘인공지능형 시스템 반도체 연합전공’을 개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원한다. 연합전공은 2개 이상의 전공 과정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전공 형태로, 재학생 중 3학기 이상 등록하고 36학점 이상 이수한 재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삼성SDI와 서울대학교가 '서울대-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 협약식을 진행했다.
▲지난달 17일 삼성SDI와 서울대학교가 '서울대-삼성SDI 배터리 인재양성 과정'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밖에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분야 기업들 또한 대학원을 중심으로 계약학과를 개설ㆍ운영하며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자동차, 스마트홈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해 2013년 카이스트 소프트웨어(SW) 석사과정을 시작으로, 고려대(스마트융합학과)·서강대(스마트융합학과)·한양대(지능융합학과) 등에 석사 과정 계약학과를 확대ㆍ운영한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에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 10월 연세대와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포스텍, 서울대, 카이스트에 석ㆍ박사 통합과정을, 한양대에는 학부 과정 협약을 맺고 2022학년부터 10년간 학사 200명, 석ㆍ박사 300명의 장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계약학과들이 차세대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은 물론, 해당 분야의 다양한 지원책ㆍ취업 연계 등을 통해 학생과 학교 모두에 긍정적인 산학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커리큘럼에 참여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가장 최신 산업 트렌드 및 현장 경험 등 다양한 밀접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약학과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ㆍ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미래 투자 개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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