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볼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다. 저탄소·디지털 등 신규 일자리 창출, 직무전환 훈련과 전직·재취업 준비 지원 등의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와 노동계는 정부의 대책이 추상적이고, 노동자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빠져 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전문가들은 '공정한 노동전환'에 대한 일반적인 국민들의 공감대가 아직 부족하다고 봤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환이 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동의의 수준이 너무 낮다"며 "막대한 재원이 들기 때문에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이 전환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회적 대화를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환 현장에서 느끼는 근로자들의 불안감은 확연히 달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연구팀'이 발전 비정규노동자 3634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아 지난해 5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느끼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답한 이가 76%에 달했다.
노동전환과 관련한 정부의 대책이 추상적이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노동전환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해 발전소가 폐쇄되거나 사업체가 문을 닫는 등 순전히 정부 정책에 따른 결과"라며 "전환 정책 자체가 아직은 기본적인 방향성과 목표만 제시된 선언적인 내용일 뿐 구체적으로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전환으로 당장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노동자들은 재취업 지원 등의 대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한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정부의 대책은 평소에도 해왔던 얘기들을 다시 하는 수준일 뿐 당장 전환 과정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재취업 지원이나 전직 교육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동계와 지역사회 등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국제노총(ITUC)도 기업과 노동자, 노동조합 간의 사회적 대화를 '정의로운 전환'의 기본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
오상봉 본부장은 "정부 대책의 제일 큰 문제는 노동자,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타자화'돼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대책은 중앙정부에서 모든 걸 계획해서 추진하겠다는 방식인데, 전환과 관련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환 상황이 업종·지역별로 다른 점을 고려해 별도의 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장석원 금속노조 언론부장은 "철강 등의 산업은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자동차 산업은 전환이 '당장'이라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산업 전환에 대한 업종별 온도 차가 크기 때문에 자동차·조선 등 업종별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