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지난해 말부터 한풀 꺾인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급기야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경기지역은 2년 5개월 만에 보합 전환하는 등 정부의 집값 '하향 안정화' 추세 목표가 눈에 띄게 현실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집값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3월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로 전주 대비 하락하며 20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0.01% 하락하는데 그치며 다소 하락률은 미미하지만, 최근 2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두 자릿수 상승하며 폭등했던 만큼 부동산 시장에 ‘집값 안정화 시그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하락 전환의 배경이 공급 확대가 아닌,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인상 등 매수세를 인위적으로 위축시킨 결과인 만큼 이 같은 요인이 해소되는 순간 다시 가격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근 계속되는 '거래 절벽' 현상은 집값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1097건(26일까지 신고 기준)이다. 12월 거래량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심지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1523건보다도 38.8%(426건)가량 적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7월 4702건을 기록한 뒤 8월 4214건, 9월 2705건, 10월 2202건, 11월 1366건, 12월 1097건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올해도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상승세가 멈추거나 하락으로 전환한 곳이 늘면서 실제로 서울 곳곳에서는 아파트값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서울 용산구 '로얄카운티3차' 전용면적 130㎡형은 이전 실거래 가격보다 8000만 원 하락한 12억 원에 팔렸다. 15일 관악구 '관악산휴먼시아2단지' 전용 114㎡형은 지난해 최고 거래가 10억 원에서 몸값을 낮춰 8억8000만 원에 손바뀜됐다.
매맷값에 이어 전셋값 역시 하락 전환하거나 상승세를 멈추는 등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2019년 8월 첫째 주 이후 2년 6개월 만에 –0.02%로 하락 전환했다. 특히 서울은 2019년 6월 넷째 주 이후 2년 7개월 만에 상승세를 멈췄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설 연휴를 앞두고 전세 문의가 한산한 가운데 대출 금리 인상 부담의 영향으로 매물이 누적돼 서울 전체 지역이 보합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표류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로 분석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선거 전까지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다 하락으로 전환했다는 건 의미 있는 신호다.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급 확대, 조세 제도, 임대차보호법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의 방향성이 분명히 정리되지 않다 보니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의사결정을 미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흐름은 선거 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 만큼 집값을 누르는 요인들이 해소되면 가격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가격 하락 등은 대출 규제 같은 인위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이런 요인이 해소되는 순간 가격 반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