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급등하며 항공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8800원까지 치솟았는데, 8년 만에 1만 원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16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항공유(제트유) 가격은 배럴당 111.7달러로 1년 전보다 68% 급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가능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결과다.
국제유가의 기준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며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 일부 병력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에 이날 소폭 하락했지만, 병력 철수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 불안감은 여전하다. 시장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급등으로 항공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사는 전체 영업비용의 30%가량을 기름값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가에 특히나 민감하다.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대한항공의 전체 영업비용 가운데 연료비는 28%를 차지했다. 1년 전인 15%보다 증가한 수치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약 3000만 달러(약 3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항공업계는 유가가 낮을 때 항공유를 미리 구매하는 ‘항공유 헤지’ 등을 통해 유가 변동에 대비하고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막기는 어렵다. 이에 업계는 유류할증료를 올리며 대응에 나섰다. 유류할증료는 유가가 일정 금액을 웃돌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 항공사가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요금이다. 유가가 낮을 땐 부과되지 않는다.
항공업계가 공시한 3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8800원으로 2월(5500원)보다 60% 급증했다. 지난해 3월(1100원)보다는 700% 오른 수치다. 수일 내 공시 예정인 국제선 유류할증료 역시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마다 일부 차이가 있지만, 현재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6만4000원 수준이다.
유가 상승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8년 만에 1만 원을 넘을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2014년 9월을 마지막으로 줄곧 1만 원대 아래를 유지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연료비가 전체 영업비용의 30%를 웃도는 항공사 입장에서 유가 급등은 분명한 악재”라며 “헤지, 유가 옵션 계약으로 대비하고는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막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