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가 인터넷망 사용료를 분담해야 한다는 논의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에 글로벌 학계의 관심도 쏠리는 분위기다.
포브스는 지난 23일(현지시각)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학 박사의 ‘2300만 한국인들은 500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위해 더 많은 인터넷 요금을 내야 하는가?’ 기고문을 게재하고 관련 내용을 다뤘다.
레이튼 박사는 “소수의 글로벌 콘텐츠 업체가 네트워크 용량의 80%를 차지하면서 서버, 전기 및 유지보수를 위한 인터넷 사업자의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이에 대한 협상을 거부하면서 각국 인터넷 사업자는 공정한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소송은 영상 스트리밍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를 고려할 때 국제 이용자들에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레이튼 박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갈등을 소개했다. SK브로드밴드가 일본·홍콩 등에 있는 넷플릭스 국제 전용회선 용량을 추가하기 위한 비용을 청구하자, 넷플릭스가 이를 거부한 대신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에 자사의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통신사 트래픽을 줄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넷플릭스 OCA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적었다. 시청 환경이 개선될수록 이용자는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하게 된다. 그러면 결국 트래픽 총량이 증가해 망 사업자는 더 많은 에너지 소비와 추가적인 유지보수·시설 관리에 투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사업자가 벌어들인 스트리밍 수익 1달러당 인터넷 사업자는 최종 이용자나 각 콘텐츠 사업자에게서 회수할 수 없는 0.48달러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넷플릭스 OCA가 일부 망 사업자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2300만 명 정도지만 넷플릭스 가입자는 500만 명에 불과하다”며 “넷플릭스 제안에 따르면 인터넷 사업자는 콘텐츠의 저장, 처리, 전송비를 넷플릭스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전가하게 된다”고 봤다.
넷플릭스의 ‘망 중립성’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레이튼 박사는 “망 중립성이 무료 트래픽 전송을 의미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억측”이라며 “상호접속은 망 중립성 규칙에서 예외사항이며, 2017년 유럽 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상호접속 시장에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레이튼 박사는 “인터넷 사업자가 비용 회수 및 통신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보장하기 위해 콘텐츠 사업자와 협상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망 사업자와 콘텐츠 제공자가 망 이용 대가를 공정하게 협상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단 것이다.
그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소송을 소개하고 “1심에서 한국 법원은 타인의 네트워크 자원 이용이 무료가 아니며 망 중립성 원칙은 콘텐츠 제공자의 망 이용대가 지급과 무관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콘텐츠 제공자들이 그들의 콘텐츠에 대해 품질을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법”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가장 큰 콘텐츠 사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기업들일 때 통신망 비용을 최종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는 옹호할 수 없다”며 “인터넷 사업자가 넷플릭스의 OCA를 네트워크에 설치하고 트래픽을 무료로 전송해야 한다면, 많은 최종 이용자들은 시청하지도 않는 콘텐츠에 대해 더 높은 인터넷 요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