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천덕꾸러기 가축 분(糞),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탄생되길

입력 2022-03-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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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푸른발부비새는 알을 낳을 때 둥지를 만드는 대신 땅에 둥글게 분(糞)을 싸 놓고 벌레의 침입을 막는다. 굴파기 올빼미는 분을 사냥에 이용하고, 흰개미는 분으로 집을 짓기도 한다. 가축의 분은 섬유질과 비료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고대부터 다양하게 이용됐다.

진흙과 분을 배합해 만든 인류의 역사상 최초의 벽돌인 어도비(adobe)는 고대 바빌론 유적 등 현존하는 건조지역 건축물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가축의 배설인 분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식량 생산을 위한 비료로 이용하는 것 이외에, 유목민들에 있어서는 중요한 땔감, 강력한 폭염과 세찬 비바람이 부는 아프리카에서는 집을 짓는 재료, 생활용품 등 매우 유용한 재료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사용이 편리하고 값싼 화학비료와, 경제 발전과 함께 유용한 재료들이 개발 공급돼 가축분뇨는 갈 곳을 잃어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축분뇨는 대부분의 퇴·액비로 만들어 토양에 환원하고 있다. 2020년 가축분뇨 배출량은 5194만 톤으로 추정되며, 축산물의 소비와 함께 가축사육두수의 증가로 분뇨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환원할 수 있는 농경지는 매년 줄어들고 있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분뇨를 보다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 모색이 필요한 이유이다. 탄소중립 실천 노력과 연계해 재생에너지로의 활용 방법이 개발된다면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가축분뇨를 농경지 환원 이외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그중에는 우분(소똥)을 고체연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기술이 있다. 우분은 열량이 유연탄의 절반(50%) 정도이지만 가축분뇨를 퇴비가 아닌 고체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유연탄의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퇴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줄여 온실가스 저감 효과도 덩달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배출되는 우분의 10%를 고체연료로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이산화탄소(CO2) 약 30만 톤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농협중앙회, 현대제철 등과 우분(소똥)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4월경부터 당진현대제철소에서 시험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시험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고체연료 품질 균일화 기술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앞으로도 고체연료 이용분야는 대규모 수요처인 제철소·발전소 등으로 더욱 확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다른 방법으로 가축분 열분해 기술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가축분의 열분해는 무산소 조건에서 열을 가해 합성가스와 바이오 오일, 바이오차를 생산하는 기술로 생산된 합성가스는 화학제품의 원료나 전기 발전 등의 에너지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지만 실용화를 위한 추가 기술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활용 방법으로 제시 가능할 것으로 본다.

농식품부는 올해 2월 ‘축산환경 개선 대책’으로 가축분뇨 처리 방식 중 에너지화 비율을 현재 1.3%(2020년)에서 2030년 15%까지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가축분뇨의 에너지화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축산업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였던 가축분뇨가, 새로운 에너지화 기술을 통해 쓰임새 있는 산업자원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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