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에 기회 맞은 천연가스 업계...바이든 환경정책 선회

입력 2022-03-27 15:14 수정 2022-03-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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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전 화석연료 감축 등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 제시
코로나19·우크라 전쟁 따른 인플레 급등에 입장 바꿔
“유럽에 연간 500억 ㎥ LNG 추가 공급할 것”
천연가스 관련주 일제히 상한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캐머런패리시에 있는 천연가스 업체 셰니에르에너지의 사빈패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캐머런패리시/AP뉴시스
▲미국 루이지애나주 캐머런패리시에 있는 천연가스 업체 셰니에르에너지의 사빈패스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 캐머런패리시/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환경정책을 일부 수정하면서 천연가스 업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애초 바이든 시대를 맞아 화석연료 감축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내외 변수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산업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 미국 대형 천연가스 기업 주가는 평균 9% 상승했다. 대표 천연가스 기업인 EQT와 사우스웨스턴에너지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11.68%, 15.63% 급등했고 셰니에르에너지와 텔루리안도 각각 5.46%, 20.41% 뛰었다.

이는 취임 전부터 화석연료 감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환경정책을 내세우던 바이든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발 물러선 영향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대러시아 제재 목적으로 에너지 공급 차단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천연가스 업계에 더할 나위 없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바이든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유럽이 러시아 공급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소 2030년까지 연간 500억 ㎥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추가 공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발표했다.

강화된 새 환경정책이 자칫 가스관 개발을 방해할 수 있다는 공화당의 주장에 따라 민주당이 정책을 철회한 지 하루 만에 바이든의 발표가 나왔다는 점도 의미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양당의 지지 속에 바이든 정부의 정책 선회가 천연가스 업계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평한다.

S&P글로벌의 대니얼 예긴 부회장은 “특히 LNG가 미국의 지정학적 자산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정부에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업계의 큰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말대로라면 미국 내 천연가스 업계는 자국을 넘어 유럽에까지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정보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산 LNG 화물 상당수가 유럽으로 보내졌다. 특히 이달 사상 최대 물량인 114억 ㎥ 가운데 60% 이상이 유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도 환영했다. EQT의 토비 라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변화는 천연가스가 전 세계 미래 에너지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매우 고무적인 정치적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수천 마일에 달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수십억 달러 가치의 새 LNG 시설을 건설하면 미국은 LNG 수출을 급격히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선회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재생에너지 옹호 단체인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은 “새로운 LNG 인프라 건설은 지구에 대한 사형 선고”라며 “이는 기후 목표 달성 시한을 훨씬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개발 자금을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을 주저했다”며 “이제 정부는 주요 에너지업체 경영진과 함께 다음 주 베를린에서 독일과 더 많은 가스 공급안을 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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