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3월 20~24일)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ℓ(리터)당 1918.1원이었다. 2008년 7월 넷째 주(1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통상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적용의 영향으로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한데 최근 경유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면서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이번 주에는 84원으로 좁혀졌다.
서울 지역의 경유 가격은 주중 ℓ당 2000원을 넘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을 줄이면서 유럽지역의 경유 재고가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시장에서 경유 주문이 폭증해 공급 부족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택배 트럭 등 상업용 차량,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의 연료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경유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화물단체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화물연대는 다음 달 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의 유가 대책을 촉구하는 화물노동자 투쟁선포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응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교육선전국장은 "5톤 차량의 경우 월 8700㎞ 이동하는데 ℓ당 1326원 넣었을 때와 현재(1917원) 기준 기름값이 116만4000원 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수 화물노동자들은 경유 가격 인상에 식비나 고속도로 요금 등을 제하면 인건비도 안 나오다보니 '차라리 운행을 안하는 게 낫다'며 하소연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앞으로 당분간 경유 가격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석유협회는 "국제 경유 가격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국내 경유 가격도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유류세 인하율을 법정 최대치인 3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인 조응천 비상대책위원은 2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정부의 유류세 20% 인하 연장 조치에도 불구하고 ℓ당 유류비 2000원 시대가 시작됐다"며 유류세 인하율 30%로 상향을 촉구했다.
그는 "유류는 국민에게 쌀이고 밥"이라면서 "하루라도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 수 없는 국민, 특히 배달·운수·화물 노동자의 처지에서는 제2 요소수 대란이나 마찬가지인 재앙"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정부는 역대 최대 폭인 20%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최대 30%까지 인하할 수 있다. 다만 인하율이 30%로 확대하더라도 유류세는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많이 붙다보니 그 영향은 경유보다 휘발유에서 크게 나타난다. 이에 따라 화물업계는 경유 가격 인하폭 확대를 위해 유류세 인하폭을 차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