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에 대한 신뢰보다 더 급했던 것은 무능과 무책임에 빠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민심이었다. 국민이 잠시 맡긴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내로남불의 자세로 일관하는 오만한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판단이 더 급했다. 무능 정부를 편드는 일부 언론이나 평론가 논평도 목불인견이었다. 보수와 진보가 10년 주기로 변한다는 ‘10년 주기 정권 교체설’을 기다릴 수 없었다.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절박감이 워낙 거세어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얼마 전 모 신문에 ‘문 대통령의 5년은 숙청과 역병의 시대였다’는 칼럼이 지난 정부 성과를 단적으로 잘 표현해 준다.
문재인 정부 실패를 교훈 삼아 윤석열 정부는 제대로 해야 한다. 헌법정신을 굳건히 확립하고, 자유민주적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켜나가야 한다. 나라 곳곳이 정상이 아니다. 평생을 부정부패와 싸우는 검찰에서 근무한 윤 당선인은 국정 곳곳의 부패와 고질적인 병폐를 잘 알 것이다. 무엇보다도 선거를 제대로 관리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가 무능과 부정으로 국민들로부터 맹폭격을 받고 있다. ‘소쿠리 선거’라고 조롱받는 부실관리, 중복투표, 가짜 투표지 등 부정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선거 부정 관련자는 조만간 엄중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나, 국민은 엄중한 눈초리를 처리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대대적인 척결과 혁신으로 국민의 소중한 주권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의 용산 이전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많다. 진영논리를 내세워 반대하거나 갑자기 북의 위협을 들고나오는 이전 반대론자를 보면 어리둥절해진다. 퇴직한 몇 명의 군 고위 관계자도 반대하는 상황이다. 북의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도 못한 지난 세월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기 바란다. 권위와 불통, 국민 위에 군림하는 기관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데 풍수를 동원하거나 온갖 요설을 뿜어내 반대한다.
필자는 과거 미국 워싱턴D.C. 소재 한국 대사관에서 4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지인이나 손님이 오면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백악관으로 안내했다. 주변에 상가나 사무실 건물도 있으나 백악관은 도심 한복판 공원에 자리 잡고 있다. 멀리 국회 의사당을 마주하고 있다. 백악관을 보러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몰려온다. 손을 흔들고 지나가는 대통령 모습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 얼굴을 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국민 속에 자리 잡은 미국 백악관을 보면서 늘 부러웠다.
윤 당선인 앞에 많은 국정 현안이 놓여 있다. 쉽게 해결되기 어렵고 자칫 위기상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헤쳐 나갈 수 있다. 국민이 불러낸 당선인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신세 지지 않았고 정치적 부담도 없다. 앞만 보고 제대로 가면 국민이 성원하고 지켜줄 것이다.
위기 속에 국가를 잘 이끌어나가고 경제를 발전시킨 이스라엘의 고(故)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대통령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시몬 페레스 대통령은 정부 여러 부처 장관을 거치고 대통령을 지내면서 2016년 9월 사망했다. 사망하기 일주일 전까지 매달려 쓴 책이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이다. ‘미래’와 ‘열정’과 ‘혁신’을 강조하는 시몬 페레스 대통령의 지도력을 배워야 한다. 사방이 아랍세력으로 둘러싸여 늘 전쟁 위협에 처해 있었다. 프랑스, 영국 등 강국의 배신에 뚝심과 전략으로 대처하는 외교력도 뛰어나다. 높은 인플레를 극복하고 노사문제나 경제적 과제를 잘 해결한 경제능력도 배워야 한다. 테러범에 납치된 항공기를 구출한 세계적인 ‘엔테베(Entebbe) 작전’도 그가 국방 장관 재임 시 성공시킨 일이다.
특히 “농업은 95% 가 과학과 기술이고 5%가 노동이다”고 강조한 그의 농업관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막이 대부분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굴의 정신으로 강을 내고 해수를 담수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한 정부를 이끌었다. 윤 당선인은 전쟁과 평화를 동시에 대비한 시몬 페레스 대통령을 벤치마킹하기를 바란다. 힘든 국정과제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