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통계청 발표 '소비자물가' 4% 갈까
7일 FOMC 의사록, 긴축 신호 강도 주목
물가뿐 아니라 경기 측면도 고려해야
사상 초유의 한국은행 총재 공백 속에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내린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금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5월부터 금리인상 기조를 다시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다만 통계청이 5일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의 상승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 발표하는 FOMC 의사록의 스탠스 등에 따라 한은 총재 부재 속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4일 한은에 따르면 이달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는 주상영 금통위원이 총재 대신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최근 금통위는 주상영 위원을 이달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의장 직무대행 위원으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1일부터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임명까지 통상 20일 안팎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달 금통위는 총재 부재 속에 열리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이날 이승헌 한은 총재 직무대행도 집행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통위 회의가 예정돼 있어 정책 결정 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의장직무대행(주상영 의원) 등 금통위원들을 적극적으로 보좌해 이번 금통위의 통화정책 결정이 최선의 판단이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은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물가안정인 만큼, 5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리 결정의 중요한 데이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이후 5개월 연속 3%대 고물가 행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물가 영향이 이번 지표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만큼 3월 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을 넘어 2011년 12월(4.2%) 이후 10여 년 만에 4%대까지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이 경우, 첫 번째 정책 목표인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카드가 조기에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연준이 오는 7일 발표하는 FOMC 의사록도 주목해야 한다. 5월 빅스텝 즉, 0.5%포인트(p) 금리 인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과 이에 대한 대응 의지 등이 언급된다면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미 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은 추가 금리인상으로 보폭을 맞춰야 한다.
시장에서는 일단 4월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금통위까지 총재가 공석일 경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5월 인상 후, 하반기 2~3차례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은 유가 상승 등 공급 측면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상 같은 통화 정책 대응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올리면 물가 안정 효과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금리인상은 경기 측면에서는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긴축 신호와 관련해서 조 연구위원은 "미국이 0.5%p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장 우리나라와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후반기에 금리가 역전된다 하더라도 자본 유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창용 후보 역시 지난 1일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만큼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금리 역전이 자본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