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중앙은행 ‘인플레와의 전쟁’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 시대 끝나나

입력 2022-04-17 13:44 수정 2022-04-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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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채권 규모 2.7조 달러
작년 말보다 11조 달러 줄어…2015년 이후 최저
정상으로 돌아오는 신호…투자자에 ‘양날의 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4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4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뉴욕/AP뉴시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악전고투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매파’적인 입장을 강화하면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 시대가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자산 매입을 중단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선진국 국채 금리를 몇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만큼 올해 채권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0% 미만인 마이너스에 거래되는 채권 규모가 약 2조7000억 달러(약 3320조 원)에 그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중순의 14조 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약 11조 달러 줄어든 것이며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시장에서 대폭 사라지는 것은 광범위한 대형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FT는 풀이했다. 마이크 리델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중앙은행들이 뒤늦게 인플레이션 충격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에 채권시장이 금리의 커다란 변동을 통해 갑자기 중앙은행 움직임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과거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초저금리 시대가 몇 년간 이어지면서 현재는 글로벌 채권시장의 주요한 특징이 됐다. 투자자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확실히 돈을 잃게 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몇 년 동안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보편화했다.

그러나 올 들어서 인플레이션 억제가 중앙은행들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면서 시장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지난주 뉴질랜드와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종전의 2배인 0.5%포인트로 하는 ‘빅스텝’을 22년 만에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3분기 채권 매입을 종료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에 트레이더들은 유로존 채권 금리가 연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0% 이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마이너스 금리 채권 감소분 중 유로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국채를 포함해 유로존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7조 달러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4000억 달러로 줄었다. 반면, 선진국 중 아직도 완화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일본이 현재 거래되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리델 매니저는 “초저금리 또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끝나는 것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현재 자신이 보유한 채권에 대해 손실을 감당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수익률이 확실하게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연금 지급에 맞춰 충분한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는 연기금 등에는 긍정적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살만 아흐메드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매크로 부문 글로벌 대표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 축소는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에 더 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명목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실질 수익률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럽 경제회복을 위협하고 있어 ECB가 정책 정상화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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