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낙점하고 공을 들이는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줄줄이 입점하며 가상 공간에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페토로 가는 행렬이 이어지며 MZ세대와의 접점 마련에 분주하다.
신세계그룹의 디벨로퍼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제페토(ZEPETO)에 쇼핑몰 ‘스타필드 제페토점’을 오픈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12월 SK텔레콤 이프랜드(ifrand)에 ‘메타버스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해 다양한 명사초청특강을 진행하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스타필드’를 주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스타필드 제페토점은 ‘After 22’를 콘셉트로 기획, 오후 10시 영업 종료 후 불 꺼진 쇼핑몰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듯한 컨셉트로 꾸며졌다. 곳곳에 숨겨진 비밀공간을 찾아 게임하듯 퀘스트를 완료해야 다른 층으로 이동할 수 있어 체험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계열사인 편의점 ‘이마트24’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 패션 편집숍 ‘원더플레이스’를 입점시켜 현실성을 높였다. 이마트24 역시 제페토 입점을 계기로 매장에 진열된 상품을 신상품 위주로 지속 업데이트하며 관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지난 해 8월 업계 최초로 제페토에 가상현실 공식 제휴 편의점인 ‘CU 제페토한강공원점’을 론칭했고, 성공에 힘입어 2호점 ‘CU제페토교실매점’과 무인 편의점 콘셉트의 ‘CU제페토지하철역점’ 3호점도 잇따라 열었다. GS리테일의 GS25도 제페토에 전용 맵인 ‘GS25 맛있성 삼김이 왕자’를 열었다.
또한 이디야커피와 스타벅스 등 커피 업체들도 제페토에 매장이나 부스를 마련했고, 치킨 업체 또래오래,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 현대백화점면세점, 롯데하이마트 등도 앞다퉈 제페토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유행처럼 제페토에 뛰어드는데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CU 등 일부 매장은 수천만 명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일부 매장은 이벤트성으로 만들어져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만 북적이고 이후에는 방문자가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통업체들이 제페토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제페토 이용자 층에서 찾을 수 있다. 제페토(ZEPETO)는 전세계 2억9000만 명의 가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이용자의 약 80%가 게임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인 10~20대로 알려져 있다. 미래 소비자 확보에 기업 미래가 달렸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이 실효성 논란에도 제페토에 꾸준히 가상공간을 꾸미는 이유다.
유통업체들도 단순 이벤트에서 벗어나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미래 사업으로서 메타버스를 강조하며 경영진 회의를 메타버스를 통해 열고, 올 상반기 내에 결제기능을 갖춘 메타버스 플랫폼 론칭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
신세계그룹도 메타버스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며 가상현실을 현실에 접목시키고 있다. SSG닷컴은 메타버스 기반 화상회의 플랫폼 ‘개더타운’에 가상 연수원 ‘쓱타운’을 열고 신입사원 교육을 시작하는 한편 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쓱카소전’을 개더타운에서 열기로 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집중하면서 메타버스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기존에는 단순 이벤트나 MZ세대용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결제기능이나 특화상품 출시 등도 접목하고 있어 향후 적용범위나 매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