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교대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현 권력과 차기 권력의 충돌이 그칠 줄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 정부 임기 안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성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원사격 하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또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당선에 대해 ‘아이러니’라고 하자 “문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비꼬는가 하면, “검찰의 정치화가 문제”라는 지적에는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해왔기 때문”이라고 맞받는 등 날선 공방이 오갔다.
포문은 문 대통령이 열었다. 문 대통령은 25일 개최된 임기 마지막 언론 간담회에서 검수완박에 대해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자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6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입장은 여러 차례 말했듯이 정치권의 기득권 수호나 정치범죄의 성역화를 위해 형사 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돼선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서두를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윤 당선인은 인천 계양구 계양산전통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밤 방영된 JTBC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불편해 할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결과적으로 다른 당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그분을 발탁한 게 문제였나, 우리 편으로 잘했어야 했었나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은 중요했는데 (윤 당선인이) 중도에 그만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측은 “‘문 대통령이 아이러니하다 말했지만’저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그 이유를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애둘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서도 “검찰의 정치화가 문제”라며 “검찰을 정치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탈정치화 되느냐. 그렇지 않다는 걸 역사에서 봐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당선인 측은 “본질은 정권이 권력을 사유화해왔기 때문에 지금 이 논쟁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문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한 후보자가 검수완박 법안을 “막겠다”는 취지로 표현한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26일 “범죄대응시스템이 붕괴돼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현장을 책임지게 될 장관 후보자가 몸을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신구 권력 갈등’이라는 단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극구 부인한다. 하지만 주요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파열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청와대 문을 나서는 5월 9일까지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