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동물은 상대방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빨리 파악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야 상대의 단점을 빨리 제압하여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상대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빨리 보게 되고 그것을 지적하고 질타한다. 그리고 상대에게 노출된 단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더구나 단점에 저항하는 삶은 힘들고 험난하기 그지없다.
단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려는 것은 약육강식의 본능적 생존경쟁 방식이다. 반면에 장점을 지지하고 그것을 키우는 것은 상호연대와 공존의 방식이다. 대신에 장점들의 공존이 지속하려면, 생존경쟁의 본능을 넘어서기 위한 의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나를 포함한 타인의 장점을 찾고 존중할 수 있는 성숙함이 겸비되어야 한다.
우리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장애 회원들은 삶의 결핍과 상처로 인하여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각자에게 내면화된 단점들은 불안, 우울, 환청, 망상과 같은 증상들로 드러난다. 그들은 평소에 위축된 모습으로 자기 얘기를 꺼내는 것에 소극적이곤 한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회원과 직원 20여 명이 모이는 마을 회의는 ‘칭찬하기’로 시작된다. 그달의 칭찬받기 주인공을 선정하여 그가 가진 장점을 돌아가면서 하나씩 얘기해 주는 것이다. 정신장애라는 단점에 노출된 회원일지라도 조금만 애정을 갖고 들여다보면 그가 가진 장점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렇게 20개가 넘는 칭찬을 찾아서 나누면 어느새 존중과 참여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 시간에 본격적으로 서로의 진솔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장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아니 대체로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다만 가려져 있을 뿐이다. 장점을 찾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했던 ‘자기실현적 행복’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