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가 4.8% 올라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가 전기요금 인상과 소비 심리 회복 등의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6.85(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부터 4%대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으로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1월·12월(4.2%) 이후 처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 서비스 가격이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오름세가 확대됐다"며 "상승 폭이 전월보다 0.7%포인트(P) 확대됐는데, 이는 석유류, 전기·가스 요금의 오름세가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년 전보다 3.6% 올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3.1% 상승했다. 각각 2011년 12월(3.6%), 2009년 12월(3.1%)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5.7% 오르면서 2008년 8월(6.6%) 이후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의 오름세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공업제품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류(34.4%)의 강세로 7.8% 올랐다. 석유류에서는 휘발유(28.5%), 경유(42.4%), 등유(55.4%), 자동차용 LPG(29.3%) 등의 상승 폭이 컸다. 공업제품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2.70%P에 달했다.
3월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수입 쇠고기(28.8%), 돼지고기(5.5%), 포도(23.0%), 국산 쇠고기(3.4%) 등이 올랐고, 파(-61.4%), 사과(-23.4%), 쌀(-9.2%) 내렸다.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과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에 따라 6.8% 올랐다. 연료비 조정단가 변경 등에 따라 전기료 물가가 11.0% 상승한 가운데, 도시가스와 상수도료 물가 상승률도 각각 2.9%, 4.1%를 기록했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 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집세가 2.0% 오르면서 3.2% 올랐다. 개인 서비스 가운데 외식은 6.6% 오르면서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였던 지난달과 같았다. 개인 서비스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40%P였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면서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악화하고 있고, 방역 조치 해제 등에 따라 수요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어 심의관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반기로 가면 작년에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역 기저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는데, 앞으로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물가 상승률은 3.9%가 된다. 당분간 크게 오름세를 둔화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개최된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주요 선진국 물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영향 등으로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를 반영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 연간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