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핵심 항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본인이 당선되면 멈춘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원전까지 건설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일명 '원전 육성' 정책이다.
윤 당선인의 주장은 이렇다. 대한민국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문재인 정부가 잘 모르고 완전히 무시했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믹스에도 원전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죽하면 "탈원전은 망하자는 것"이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틀린 말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수출국이라는 평가가 있다.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은 미국으로부터 기술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유럽에서도 사업자 요건 인증을 따냈을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원전 재가동'은 원전 기술력과는 다른 문제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원전 사고가 불러올 위험이 크기 때문에 탈원전을 추진할 수 있었다. 윤 당선인이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적어도 안전에 대한 국민 우려는 불식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수다.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한 만큼 국민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문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위해 2017년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참여단 500명과 숙의했다. 곧바로 모든 원전을 중단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합의 결과는 '원전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문 정부와 달리 윤 당선인이 뜻을 펼치기 위해 무리하게 원전 재가동에 나선다면,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오랜 기간 분열된 국론이 더 갈라질 가능성도 크다. 원전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우려하면 숙의가 필요하다. 그저 문 정부에 반대하기 위한 카드로 꺼냈다면 착각이다. 아까운 원전 기술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더 깊은 논의와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