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냐...나중에라도 평생 봉사하며 살아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신의 딸을 둘러싼 ‘논문 대필’ 등 소위 스카이캐슬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간 쌓은 ‘스펙’을 입시에 적극 활용하지 않았으며 위반 사항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니라면서 나중에라도 평생 봉사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도 내비쳤다.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케냐 출신 대필 작가 벤슨(Benson)이 한 후보자 딸의 논문 작성을 대신했느냐’라고 질의하자 한 후보자는 “(딸에게 물어봤는데) 온라인 튜터로부터 도움을 받은 적은 있는데 벤슨과 접촉하거나 도움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한겨레’는 케냐 출신 대필작가가 한 후보자의 딸 논문을 작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한 후보자의 딸은 지난해 11월 오픈액세스 저널인 ‘ABC Research Alert’에 네 페이지 영문 논문을, 이듬해 2월에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동일한 논문을 개제했다. 해당 문서정보에서 지은이는 ‘벤슨’으로 쓰여 있어 벤슨이라는 사람이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을 대신 작성해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김 의원은 “뉴스타파가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 ‘카피리크스’을 통해 검사한 결과, 한 후보자 딸과 (다른 사이트에 올라간) 에세이간 논문 유사성은 56%가 넘는다. 절반 이상이 똑같은 것”이라며 “인터넷에 있는 글을 (논문으로 써서) 저널에 싣고, 지금 (의혹이 제기된 뒤) 저널의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후보자 딸의 봉사시간만 2만 시간이 넘는다고 하는데, 하루 10시간씩 했다면 2000일이고 그렇다면 5년이 넘는 꼴”이라며 “어떻게 했는지 내역을 내라고 해도 후보자가 제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그의 사촌들과 비슷한 스펙들을 쌓았다고 지적했다. 봉사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주최‧공동 참여했다는 점이다. 또한 ‘오픈액세스’ 저널에 논문을 등재한 것 역시 스펙 쌓기의 방식이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는 ‘(이렇게 쌓은 스펙으로) 입시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말장난”이라며 “사촌 언니가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추측이 있다. 봉사활동을 저렇게 열심히 하는 이유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건가”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스펙쌓기’라는 것을 말장난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자는 논문에 대해 “실제로 보면 조악한 수준으로 입시에 쓸 수준도 아니고 쓸 계획도 없다”며 “딸이 쓴 내용의 글로 학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고 약탈적 학술지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한 후보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촌과 같은 스펙을 쌓았다는 것으로 비난을 받을 수 없다”며 “불법이 있으면 잘못했다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단지 스펙을 쌓았다는 이유로 조국 전 장관과 같다는 프레임은 부적절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논문을 대필하는데 케냐에 있는 사람까지 구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그 분야에 대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분이 많은데 굳이 케냐에 계신 분까지 했겠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반칙이나 위반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니고 제 딸이 운 좋고 혜택을 받은 것으로 저희 가족도 이해하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평생 봉사하며 살아야한다고 강조해 왔다. 여당위원들 말씀도 새겨들어서 저희 가족들 봉사하며 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