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금리인상
미국, 영국, 유럽, 남미, 동아시아 동시다발적
빈부 격차 악화시켜 사회 갈등 부추길 수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 3개월 동안 55개국이 최소 60회 금리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많은 금리 인상이다.
수십년 간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했던 미국과 영국이 금리 인상 흐름을 주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 0.25%포인트에 이어 5월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인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다. 기준금리 범위는 0.75%~1.00%로 올라갔다.
영국 영란은행도 최근 4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해 1%까지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7월 2011년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서 9월 8년간의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을 계획이다.
물가가 무섭게 뛴 라틴 아메리카도 긴축 사이클에 착수했다. 브라질은 약 1년 새 금리를 10번 올려 작년 3월 2%이던 금리가 12.75%로 뛰었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약한 동아시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고, 말레이시아도 이달 초 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크리스티안 켈러 바클레이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 긴축에 착수했다”며 “현재 긴축 사이클은 세계적 현상이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개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16곳이 향후 6개월 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금리를 제로 또는 마이너스 수준까지 낮췄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공급망 붕괴를 부채질하면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다. 전 세계 금융당국은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전격 착수, 초저금리 시대에 종지부를 찍었다.
글로벌 연쇄 긴축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으로 부의 격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긴축은 빈부 격차를 악화시킨다. 결국 이는 사회 갈등을 부추겨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