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3곳은 최근 기재부에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는 소송을 사상 처음으로 제기했다.
예산안 편성 절차를 보면 기재부는 3월 말까지 각 부처와 지자체에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보하고 부처ㆍ지자체로부터 5월 말까지 예산요구서를 받는다. 이후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부처와 지자체가 작성해 기재부에 제출하는 예산요구서는 국가 예산의 초안에 해당하며 부처와 지자체가 추진하려는 정책의 청사진이 반영돼 있다.
예산요구서가 공개되면 그 내용을 기재부의 예산편성안과 비교해볼 수 있고 최종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예산과도 비교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낭비적인 부분이나 잘못된 의사결정 등이 있었는지를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예산 편성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확대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재부가 매해 9월 3일 정부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기재부 안에서 부처별 예산을 어떻게 조정·편성하는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며 "이번 소송이 재정민주주의를 위한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예산심의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제는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기재부는 2년 연속 큰 폭의 세수 오차가 발생하자 1급인 세제실장을 경질하고 그동안 세제실에서 하던 세수전망을 처음으로 민간에 개방해 외부 민간 전문가 5~6인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를 신설키로 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예산권을 갖고 있어 정부 위의 정부, 다른 부처의 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원래 힘이 막강한 부처"라며 "어느 정도의 힘을 분산하는 제도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