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 등(사업주)이 아닌 상무이사 등(사용인)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상대방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 씨와 B 산별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C사 상무이사 D 씨는 기업 단위 노동조합인 C사 노조위원장 A 씨에게 “C사 노조와 B 산별노조가 연대하지 말라”고 회유성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A 씨와 B 산별노조는 D 씨의 발언이 회사가 노조에 지배·개입하는 형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A 씨 등은 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인 D 씨가 구제신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 회유성 발언의 직접 상대방(C사 노조)이 아닌 B 산별노조가 구제신청 신청인 지위를 가질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심은 D 씨가 상무일 뿐 사업주가 아니어서 구제신청 상대방이 될 수 없고, 발언 내용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A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D 씨가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해 구제신청 상대방이 될 수 있다고 본 2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이 다양하고 노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영향도 다각적이어서 부당노동행위의 예방·제거를 위한 구제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구제명령의 내용, 이행 방법, 구제명령을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이나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고 그 상대방이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D 씨의 발언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도 잘못이 없다고 봤다.
아울러 대법원은 부당노동행위인 발언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노조도 해당 발언에 의해 권리침해를 받는다면 그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신청인 적격이 인정된다고 처음으로 명시적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특정 노조’에 가입하려고 하거나, 연대하려고 하는 노조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특정 노조’의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 ‘특정 노조’가 부당노동행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경우에도 자신의 명의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