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후보를 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인선 첫 절차인 '국민 천거'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천거가 형식적인 절차인 만큼 적당한 후보자를 찾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법무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총장 인선을 위한 국민 천거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한동훈 장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검찰 내부 시각이다. 천거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검추위)에 누가 이름을 올렸는지가 더 중요한 사항이지만 천거 공고도 올라오지 않아 검찰총장 공백은 길어질 전망이다.
검찰총장 인선은 ‘천거→추천→제청’ 절차로 진행한다. 국민이라면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에 상관없이 누구나 검찰총장 후보를 천거할 수 있다. 피천거인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판사ㆍ검사ㆍ변호사여야 한다. 천거는 비공개 서면으로 진행한다.
천거 기간이 끝나면 법무부가 1차로 검찰총장 제청 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린다. 검추위가 이를 넘겨받아 심사한 뒤 후보를 3명 이상으로 압축한다.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천거를 '형식적 절차'로 규정한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국민의 천거를 받는다는 의미만 있을 뿐이지 실질적인 영향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력한 후보인데 천거를 못 받으면 주변인을 동원해 천거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낙점한 인물을 올리기 위해 검찰국에서 어떻게든 이름을 끼워 넣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 천거가 끝나야 검추위가 후보자 선정에 나설수 있다는 점에서 천거는 인선을 위한 '첫 개시'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검찰 내부에서는 한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적당한 인사를 선정한 뒤 검찰총장 인선 작업이 시작되고 이때 천거 공고가 올라온다는 설명이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인선에 아직 의지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천거 공고를 올리는데 장관 지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천거에 앞서 대통령이 어느 정도 후보군을 정해놓는 편"이라며 "천거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은 대략적인 후보군도 추려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검추위 구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추위는 9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회의를 주도하는 위원장과 의결 여부에 영향력을 미치는 비당연직 위원 4명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다. 그간 위원장과 가까운 인물이 총장에 낙점됐다.
한 장관은 말을 아끼고 있다. 10일 청주교도소를 방문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며 "그 자리를 위해 절차에 맞춰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례를 봐도 총장 공백기에 추천위가 꾸려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있었던 것이 보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