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에 돈을 빌려준 대주단이 7000억 원 규모 사업비 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조합원은 두 달 안으로 1인당 1억 원 이상 상환해야 할 상황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대주단은 오는 8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 보증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조합에 전달했다. 대주단은 지난 13일 자로 조합 측에 이를 통보했으며 현 조합은 이를 이틀가량 늦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 측은 조합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의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향후 사업 추진 역시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이런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보증 만기 연장은 24개 금융사로 구성된 대주단이 전원 동의해야 가능한데 현재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은 상황이다. 사업비 대출 연장은 오는 8월 23일로 만기가 이뤄지지 않으면 6000여 명의 조합원이 한 명당 1억 원 이상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해당 금액을 상환하지 못하면 조합은 파산한다.
둔촌주공 조합은 재건축 사업을 위해 이주비 대출 1조4000억 원, 사업비 대출 7000억 원을 받았다. 시공사업단은 우선 대주단에 사업비 7000억 원을 보증채무를 이행한 뒤 공사비와 사업비, 이자를 포함한 비용에 대한 구상권을 조합에 청구할 방침이다.
조합 내 갈등도 심각하다.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현 조합 반대파가 조합장 해임 추진에 나섰다.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위원회(정상화위)는 8일 조합 집행부 해임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정상화위는 입장문에서 “서울시 중재 등에 따른 조합과 시공사 간 협의 사항을 지켜보며 (현 조합을) 존중했지만, 현 집행부로는 공사재개를 위한 협의 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교체를 공식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조합 집행부 해임을 위해선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이 해임 발의를 통해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과반 참석과 과반수 찬성 조건을 만족하면 된다.
이에 현 조합은 고소 예고로 맞불을 질렀다. ‘둔촌주공 조합원 모임’에 따르면, 이들은 조합장 해임 발의서 제출 인원에 대한 현금청산과 조합원 제명을 추진하고, 사업 진행 방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 등을 시행하겠다고 공지했다.
조합과 사업단 간 갈등 원인은 공사비 증액 문제다. 2020년 6월 조합과 사업단이 맺은 ‘공사 변경 계약’의 효력 인정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전 조합은 2016년 시공사업단과 1만1106가구(공사비 2조60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사업시행계획 변경으로 가구 수가 1만2032가구로 변경됐고, 이듬해 사업단과 조합은 공사변경계약(1만2032가구·3조2000억 원)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8월 해당 계약을 맺은 조합 집행부 해임안이 가결됐고 2021년 5월 현재 집행부가 선출됐다. 이에 현행 조합은 이전 집행부가 맺은 계약이 “절차적·내용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공사업단은 현 조합과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고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다. 사업단 관계자는 “조합과 공사중단 이전 여러 차례 협상을 이어왔지만 현 조합의 태도 변화가 없어 결국 공사중단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옛 둔촌주공아파트를 1만2032가구, 85개 동 규모 신축 단지로 건설하는 서울 내 최대 규모 정비사업이다. 일반 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하며 현재 공정률은 52%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