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지난 7일 ‘금산분리 완화’를 언급하면서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산분리는 말 그대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을 분리한다는 원칙이다. 산업자본은 은행 주식을 4%(비의결권 지분 포함 10%)까지 보유할 수 없고, 금융사는 비금융 회사의 지분을 15%까지만 취득 가능하다는 게 골자다.
금산분리를 지탱하는 한 축은 ‘기업의 사금고화 방지’다. 그런데 이런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규제들이 촘촘해졌고, 핀테크나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시대에 뒤처진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된 뒤에는 일반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들 사이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금융과 산업의 결합을 엄격하게 규제하지는 않는 편이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업 중에서도 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은행지주회사법(Bank Holding Company Act of 1956)은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 25% 이상을 소유하는 등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면 은행지주회사로 분류돼 은행업을 할 수 없다.
다만, 비은행 금융업에 대해선 별도의 규제를 두지 않고 있다. 아마존이나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가능하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비금융회사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지는 않지만, 지분을 늘릴 때마다 일정 비율별로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을 고수했던 일본도 빗장을 풀어가는 분위기다. 2016년 이후 은행법을 지속적으로 개정해 은행의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은행은 핀테크나 지역상사 업무, 데이터 사업, 등록형 인재 파견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5%까지 제한을 뒀던 벤처기업 등에 대한 출자 규제 요건도 완화했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은 “빅테크 기업은 금융사가 아니지만 유사금융, 은행업을 부분적으로 영위하고 있다는 게 비대칭 규제의 출발점”이라며 “합리적인 기준으로 금융사의 신규 비즈니스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