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장중 1300원 터치…외화부채 많은 기업 ‘노심초사’

입력 2022-06-23 10:48 수정 2022-06-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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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H선물)
(출처=NH선물)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서면서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의 재무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일부는 환 평가 손실만 조 단위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는 장 초반 1300원을 돌파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7월 14일(1303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이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기업은 외화 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각종 비용을 외화로 거래하는 항공이나 정유업종은 환율이 높을수록 손해를, 낮을수록 수혜를 본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변동금리 외화금융부채 규모가 큰 회사에는 환율 상승과 함께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4~15일 열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긴축을 가속화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달러 부채 보유 규모는 각각 9조4497억 원, 4조4467억 원이었다. 반면 달러 자산의 보유 규모는 각각 2조8431억 원, 1조1195억 원에 불과했다.

국내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화물 운송 때문에 작년 실적이 굉장히 잘 나왔는데,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대한항공은 작년 1조4644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6386억 원으로 전년 1946억 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실적 개선에는 유가가 안정된 흐름을 보인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달러 강세에다 유가마저 고공행진하고 있어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부닥쳤다.

대한항공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 약 410억 원의 환차손과 재무제표상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190억 원의 손해를 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오르면 359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외손실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은 1152억 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들어선 해외여행이 일부 재개되며 흑자 전환했다.

환율 상승과 고유가가 겹친 정유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다른 산업보다 비교적 높은 탓에 환율이 오르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원유를 구매할 때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환율이 5% 상승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334억 원 감소한다. 올 1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외화금융부채는 93억 달러(약 11조3011억 원)가 넘는다.

그 외 달러화 자산 대비 달러화 부채가 많은 회사는 한국가스공사(16조5401억 원), GS건설(1조8144억 원), SK텔레콤(1조8618억 원) 등이다.

김승혁 NH선물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심화했고, 이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가중되며 달러 매수 심리가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율 1300원 수준은 오버슈팅(단기 급등)이라고 진단한다”며 “무역수지 적자 폭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에너지 가격이 고점을 확인한 이후 원화 가치는 추세적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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