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러-독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 가동 중단 임박...유럽 경제 '폭풍전야'

입력 2022-07-01 15:21 수정 2022-07-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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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1일 송유관 작업으로 가동 중단 통보
독일, 서방제재 보복이라며 반발
일시 중단, 영구 중단 확장 가능성
도이체방크ㆍ피치 “경기침체 온다” 경고

▲독일 루브민에서 지난달 21일 노르트스트림1 시설들이 보인다. 루브민/AP뉴시스
▲독일 루브민에서 지난달 21일 노르트스트림1 시설들이 보인다. 루브민/AP뉴시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 송유관인 노르트스트림1이 11일부터 가동을 일시 중단한다. 러시아 측은 송유관 공사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독일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을 위해 거짓말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상황에 따라 노르트스트림1을 영구적으로 폐쇄해 유럽을 옥죌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 “장비 고쳐야 해” vs. 독일 “다 고쳤잖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지역 신문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러시아가 보고한 노르트스트림1의 기술적 문제는 그저 구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기후보호부 장관이 5월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기후보호부 장관이 5월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

하벡 장관은 “러시아 기술자를 포함한 모든 기술자는 지금 노르트스트림1이 가스를 100% 공급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보수 작업을 마친 후에도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미 6월에만 두 차례에 걸쳐 독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60%가량 감축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러시아는 압축기 장비 수리 작업을 이유로 공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스 대금을 자국 화폐인 루블로 결제하는 것을 놓고 충돌한 폴란드와 불가리아, 핀란드, 네덜란드에 공급을 중단한 만큼 독일에 대한 공급 중단 역시 고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 “노르트스트림1 막히면 경기침체 온다”

문제는 러시아가 독일 예상대로 가스 공급을 아예 막는다면 유럽 전역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선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날 발표된 프랑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5%를 기록해 전월에 이어 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고, 독일도 5월 CPI가 7.9% 상승해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6월 역시 7.6%라는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미 한 차례 가스 공급을 차단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유지보수가 영구적인 폐쇄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추정하는 건 유럽이 결국 송유관의 완전 봉쇄로 경기침체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유입되는 천연가스 공급 경로. 단위 하루당 mcm. 검정: 노르트스트림1/ 파랑: 우크라이나/ 빨강: 벨라루스. 출처 로빈 브룩스 트위터
▲러시아로부터 유럽으로 유입되는 천연가스 공급 경로. 단위 하루당 mcm. 검정: 노르트스트림1/ 파랑: 우크라이나/ 빨강: 벨라루스. 출처 로빈 브룩스 트위터
신용평가사 피치 역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유럽 지역 내 가스 배급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커져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최근 국가 가스 비상공급 계획 2단계에 돌입한 점에 주목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독일의 비상공급 계획 2단계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우려를 다시 일으킨다”며 “유럽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노르트스트림1의 지속적인 가동 중단은 겨울철 난방 수요를 맞출 능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내년 유로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p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보고서에서 “유럽 경제는 러시아 가스 공급 둔화로 인해 새로운 충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을 현 수준보다 훨씬 높이고 독일을 경기침체가 임박한 수준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급해진 영국, 유럽 본토 막는다”…EU 갈등 비화 조짐

이런 가운데 영국이 최악의 경우 유럽 본토로 흘러가는 가스 공급을 막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이 앞으로 몇 달 안에 극도의 가스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경우 긴급 조치에 따라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들어가는 가스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 같은 조처는 영국 정부가 계획 중인 비상 4단계의 일부로, 이후 당국은 “매우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면서도 사실을 부인하진 않았다.

영국은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연결하는 2개의 해저 송유관을 갖고 있으며 3월부터 하루 7500만㎥의 가스가 영국에서 공급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이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해 충분한 양의 가스를 유럽 본토에 제공하고 있지만, 저장 시설이 제한적인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3월 7일 런던에서 인사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3월 7일 런던에서 인사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만약 시나리오대로 영국이 EU 회원국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면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정부 대변인은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가 높고 다양한 에너지 시스템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겨울철 공급 안정성에 전적으로 확신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열흘 뒤 멈추는 노르트스트림1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벡 장관은 “가스 공급을 줄이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의 행동과 유사하다”며 “부족분이 너무 커져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면 유럽 전체 시장은 어느 시점에서 붕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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