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투데이가 최근 한 달 동안(6월 1일~7월 5일) 주요 국가의 달러 대비 통화 가치하락 폭을 확인해 본 결과, 원화가치는 5.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엔·프랑·유로·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4.7% 상승했다. 이는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국 통화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원화의 경우 이들 주요국 통화가치 하락 폭보다 더 크게 떨어진 셈이다.
아시아 신흥국인 인도네시아(-2.80%), 말레이시아(-1.07%), 대만(-2.45%), 인도(-1.78%)보다도 원화가치 낙폭이 더 컸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호주(-4.38%)보다 컸고, 뉴질랜드(-5.18%)와는 비슷한 폭으로 하락했다.
최근 원화 약세는 미국의 고강도 긴축 경계감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또 한차례 예고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앞서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리고, 외환보유액도 끌어다 썼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크게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 위안화 약세와 원유 등 높은 에너지 의존도 등의 영향이 크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우리경제 수입공급망 취약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취약품목의 중국에 대한 수입의존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중국 경제와 에너지 등에 대한 의존도가 커 달러 강세 국면에서 대외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받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원화값이 떨어져 똑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돈을 더 줘야 한다. 한은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5월 수입물가지수(2015년 수준 100)는 원화 기준으로 153.74로 작년 같은 달보다 36.3% 상승했다.
그러나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각각 1년 전보다 23.1%, 20.5% 상승해 오름폭이 더 작았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수입 물가의 오름폭을 더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물가 상승세 지속과 미 연준의 가파른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고환율 현상은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경기 침체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한국의 수출 전망도 악화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달러당 1350원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액은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외환보유액 현금성 자산 비중을 높이고,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 논의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