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3고 파고 덮친 中企] ‘최저임금ㆍ공공요금'에 5중고…대응책 없는 힘겨운 사투

입력 2022-07-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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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ㆍ인력ㆍ위기 정보력 모두 부족…대기업 비해 위기대응력 취약
"지금이라면 문닫는 기업 속출"…"세금ㆍ금융ㆍ인력 등 해결 시급"

#중국과 일본에서 열연강판을 수입하는 철강업체 A사는 연초 계속된 경기 불안에 환율 상승을 예상했다. 이에 달러선물을 활용해 환 헤지(환율 변동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정 비용을 내고 현재 수준의 환율에 계약을 고정하는 것)로 대응했지만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 업체는 계속되는 원가 부담에 올해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동남아산 원자재를 구매하는 철강업체 B사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 철강제품 값 인상으로 영업손실은 간신히 피했지만, 전기료 인상을 비롯해 지속되는 유가·물류비·환율 상승 등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아몬드, 땅콩, 식용유 등 식자재를 수입하는 C 중소기업도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고 싶지만, 가격 경쟁력에 밀려 매출까지 이어질까봐 마진을 적게 남기고 판매하는 쪽을 택했다. 특별한 대응책이 없이 손 놓고 시장 동향만 예의주시 할 뿐이다.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에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피가 마른다. 갈수록 악화하는 경영여건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빼고 마땅한 대책이 없다. 대기업들은 전문인력을 두고 각 종 변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위기에 앞서 대비책을 마련하거나 악재를 방어할 자금·인력·정보력을 갖추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지금처럼 환율이 치솟으면 원부자재를 수입해 유통·제조하는 기업들은 막대한 환자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현 상황이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적인 변수의 영향이 커 정부가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점에 업계의 위기감은 더 팽배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도 최근 ‘한미 정책금리 역전 도래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의 이같은 위기 취약성을 지적했다. SGI는 빅스텝이 현실화 하면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 규모는 3조9000억 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빅스텝 쇼크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봤다. 중소기업은 매출 규모가 크지 않고 신용등급이 높지 않아 자금조달 시 주식·채권 발행보다 은행 대출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되면 대기업의 부채는 1조1000억 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이 떠안아야 하는 빚 폭탄이 커진다는 의미다.

중기중앙회도 이날 금통위의 금리인상 직후 “지속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건실한 중소기업도 외부 요인에 의한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실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은 35.5%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이 사실상 한계에 달했다는 의미다. 대기업은 22.5%에 그치는 반면 중소기업 비중은 48.4%에 달한다. 문제는 대출 풍선효과다. 경영여건이 악화해 채무상환 능력이 약해지거나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은 더이상 자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다. 돈줄이 마르고, 부실이 확대된 기업들은 저축은행, 대부업체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에선 이런 존폐 위기 상황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내년도 최저임금이 잇따라 인상된 것에 불만이 상당하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에 임금, 공공요금 등 사실상 ‘5중고’가 중소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지방 중소기업 대표는 “소기업의 경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을 정리하고 가족경영으로 전환해 버티는 경우가 수두록하다”며 “내수 경기마저 침체하면 하반기에는 무너지는 기업들 많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업계는 현재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금 및 각 종 부담감 인하(61.4%)를 꼽고 있다. 이어 금융지원, 인력난 해소, 원자재 수급 안정화를 지목했다. 환율 위기 시 대응할 수 있는 관련 상품 개발과 교육 지원, 수출입 물류비 지원 확대 등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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