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닭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이 '지역화'로 변경된다. 정부는 가축질병 우려가 낮다는 입장이지만 축산물의 검역 기준이 완화하면 비관세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금·가금제품과 돼지·돈육제품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변경 내용을 담은 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 고시안에따르면 EU 수출국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가 발생할 경우 발생지역에서 생산하는 축산물은 즉시 수입을 중단하되, 청정지역(비발생지역)에서 생산하는 축산물은 EU 방역규정과 양국이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적합하면 수입을 지속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신선축산물은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에서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번 고시 개정에 따라 동식물 위생·검역(SPS) 관련 규범을 국가가 아닌 지역에만 적용하는 '지역화'를 적용하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그간 EU 역내 수출국가에 대한 수입위험평가를 실시해 왔고, 국제 기준과 국내외 사례를 고려할 때 청정지역 생산 동·축산물을 통한 가축질병 유입위험이 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규약 등을 토대로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검역 문턱이 낮아지면 축산물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이미 자유무역협정(FTA)를 통해 관세가 대부분 철폐된 상황에서 농축산물은 검역이 수입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국제통상 조약에서 주요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관세 양허에 대한 규정이 없는 대신 SPS를 논의 주제로 삼고 있다.
최범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우리가 SPS로 막고 있는 과수와 쇠고기 개방이 이뤄지면 농업은 심각한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