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와 고물가 여파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을 보여 개선세인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5일 경제부처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잠정치)은 162억46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6% 줄었다.
이 기간 조업 일수(6.5일)가 추석 명절로 지난해 같은 기간(8.5일)보다 적은 것이 수출 감소의 주원인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 정책,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리스크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수출 증가율(전년대비)은 올해 6~8월 3개월 연속 한 자릿수를 기록하며 수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달에는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출마저 추락하면 에너지 등 원자재 수입 가격 폭등으로 촉발된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적자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이는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내수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물가 여파로 화장품, 음식료품, 가전제품 등의 판매가 줄며 전월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인데 관련 통계 작성이래 처음이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도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3.2% 줄었고, 건설투자 역시 2.5% 감소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 및 소비ㆍ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호조세인 고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 통계에서 우려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1486만3000명)는 전년보다 42만6000명(3.0%) 늘었지만, 증가 폭은 올해 2월 56만5000명을 정점으로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 경제의 핵심 기반인 제조업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수출 부진 시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다.
현재 제조업 경기 전망은 암울하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이 파급 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최근의 대내외 상황을 종합할 때 복합위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지만 대외 리스크가 주요 원인이라 쉽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