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의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이사회가 성평등하게 구성된 기업일수록 의사결정력이 높아지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2022 대한민국 여성 금융인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벤 멩(Ben Meng) 미국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아시아퍼시픽 회장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에서 성평등은 아주 중요한 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벤 멩 회장은 "프랭클린템플턴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직원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이 더 나은 의사결정과 기업 혁신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이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이유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올 초 '다양성 팀'을 구축해 각국의 문화 맥락 등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포용성 있는 투자도 장려한다. 그는 "자산운용사에서 여성의 수를 높이고자 하는 NGO에 투자하고 또 여성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 금융권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랭클린템플턴의) 고객사를 보면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 멩 회장은 기업이 성 다양성을 갖추면 재정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재무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여성 임원의 비율이 높았고, 반대로 여성 임원이 없는 기업은 재무적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적극 활동하면 재무 성과 외에도 긍정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정도를 높이고 기업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확대하는 등 다양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 멩 회장은 "프랭클린템플턴은 모든 이들에게 동등한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특히 디렉터 레벨 이상으로 직원을 고용할 때와 직원의 개별 성과를 측정할 때 다양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벤 멩 회장은 국내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국내 기업의 성평등성이 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회를 하나의 성별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금융권에서 여성이 임원직에 더 많이 오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직원 전체로 보면 약 50%가 여성이지만, 임원직만 따지면 여성이 7% 정도에 불과하다는 리포트를 접한 적이 있다"며 "(여성의 비율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랭클린템플턴의 경우, 김태희 지사장이 여성을 대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5월 프랭클린템플턴 한국법인을 이끌 새 수장으로 김태희 전 MSCI 한국지사대표가 발탁된 바 있다.
벤 멩 회장은 더 많은 여성들이 직원에서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앞으로 금융기관들이 올바른 정책과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벤 멩 회장은 "여성이 임원직까지 올라갈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마련돼야 더 포용적인 업무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