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체육(대안육)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던 신세계푸드가 사업 진행에 제동을 걸었다. 급등하는 환율과 금리 등 글로벌 거시경제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향후 상황을 봐가며 투자 규모와 속도를 올리겠다는 판단이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신세계푸드는 이달 30일 미국에 새로 설립하려던 베러푸즈(Better Foods)의 초기 출자금을 600만 달러(약 78억 원)에서 300만 달러(약 42억 원)로 축소하기로 했다. 또한 내년 상반기 중 400만 달러(52억 원)를 추가 출자하려던 계획도 잠정 연기했다.
국내외 거시경제 변동성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선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뛴 것이 부담 요인이다. 신세계푸드가 베러푸즈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7월21일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08.60원이었으나 투자 계획을 수정한 이달 23일에는 1408.00원으로 7.6% 올랐다. 아울러 26일 장중에는 약 1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30원을 넘어섰다.
미국의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도 속도 조절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들어서만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특히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상 전망)에서 연말 금리를 4.40%로 예상,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 202.1%, 순차입금비율 122.4%로 재무 건전성이 우수하다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및현금성자산 469억 원과 유동금융자산 176억 원 등 투자 여력이 있다고는 하나 이를 무턱대고 투입하기에는 향후 경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환율도 큰 문제가 있는 데다 미국 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것에 초기 출자 규모를 변경한 것”이라며 “현지에서 사업을 하려면 투자도 받고 해야 하는데 금리 문제로 경기가 얼어붙고 있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러푸즈는 신세계푸드가 대체육 사업의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 설립하는 자회사다. 대체육은 신세계푸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분야다. 최근 친환경과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대체 단백질, 비건, 업싸이클 패키징을 고려한 제품들의 매출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체육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1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6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베러미트’라는 신세계푸드만의 제품을 출시했다. 대두, 완두, 비트 등 자연에서 유래한 식물성 재료들로 고기의 맛을 구현했으며 ‘콜드컷 샌드위치’를 스타벅스, 조선호텔에 납품하고, 신세계푸드에서 위탁 운영 중인 단체급식 사업장에도 특식 메뉴로 배식하고 있다. 회사는 단기적으로는 QSR 사업으로 베러미트 사업을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제품 개발과 기술 보완을 통해 대형마트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군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