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개인 맞춤형 데이터

입력 2022-10-04 05:00 수정 2022-10-0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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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제훈 농촌진흥청 디지털농업추진단장

질병관리본부는 2000년 1월 19일 중국 우한시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35세 여성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시행한 결과, 20일 오전 확진자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사람을 제대로 만날 수도 없고, 언제나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불편함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나서서 긴급하게 백신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다양한 경로로 백신을 구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했다.

그 당시, 백신을 구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계획을 세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구 분포를 봐서 75세 이상, 60~74세, 50대, 40대 등으로 나누고, 50대는 다시 62~66년생, 67~71년생으로 세분해서 한꺼번에 신청하는 것을 최대한 분산했다.

그렇게 준비를 했음에도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늘 먹통이었다. 실제, 53~54세 대상 코로나 온라인 예약 서비스 문을 열자마자 1000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약 사이트는 먹통이 됐다. 당국이 가진 서버로 처리할 수 있는 동시 접속자 수는 30만 명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30배나 많은 접속자가 몰리자 사이트가 마비된 것이다. 코로나 공포에 떠는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정부가 자부하던 IT 강국은 어디 갔냐는 비난마저 나왔다. 임시방편으로 서버를 증설해서 시스템을 운영했지만, 먹통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민간기업과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손봤다. 예약 시스템의 가장 큰 병목 요인으로 지목된 본인 인증 부분을 민간 클라우드로 이관해서 시스템 부하를 줄였다. 휴대폰, 공인인증서, 아이핀만 가능했던 본인 인증 수단에, 네이버, 카카오, 패스(PASS) 등 간편 인증 수단도 새로 추가했다. 이렇게 민간의 힘을 빌려서야 먹통 문제가 해결돼 예약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민관 협력을 통해 공공 서비스 제공 체계를 개선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번째 국정목표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제시했다고 필자는 믿는다. 우리나라 정부에는 각 부처에 1만7060개의 정보시스템을 두고 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각 부처별 칸막이에 막혀 따로 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해서 한 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을까? 굳이 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내 나이에 맞는 서비스를 알아서 척척 추천해주고 한 번의 클릭으로 문 앞까지 서비스 산물을 배달해줄 수 있지 않을까? 답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디지털 플랫폼에 있다.

정부가 독점적인 공급자로서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과 협업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그것이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완성되면 정부가 미리 알아서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정부가 개방한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신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농업 분야에도 적용된다. 농업인이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기 전에 정부가 가진 자료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농업인 맞춤형 정보로 제공할 수 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농업인에게 아침마다 시기와 날씨에 맞는 농사일을 알려주고 사과 생육 상태에 맞춰 작업 내용과 출하 시기도 알려줄 수 있다. 농업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정착 지역, 희망 작목, 자금 여력 등에 따른 융자 방법, 영농기술 등을 각자의 특성에 맞게 때 맞춰 제공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농업인이 노동자가 아닌 농업 경영인이 될 수 있다.

같은 구슬도 누가 쓸 보석인지를 보고 종류와 색깔, 크기별로 정리해서 꿰어야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누가 쓸 데이터인지 보고 그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데이터를 개방해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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