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오랜 시간 혼자 있다 보면 혼잣말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대상이 있다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TV면 어떻고 강아지, 고양이, 새면 어떠랴. 신이든 뭐든 말할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또 다른 힘이기에 그를 응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르텅스 블루의 ‘사막’이란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 사막에서 그는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아마 이 회원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살아간다는 일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지만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관계가 끊어지거나 희미해지면 외롭고 쓸쓸함을 느끼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소통이 끊긴 고립된 외로움은 사람을 한없이 우울, 불행이란 감정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외로워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고 말한다. 우울증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해서,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하고 슬퍼하고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한다. 이 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이해받는다는 위로와 인정이 있으면 우울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고 화나 분노도 없다는 말이다. 문제 해결의 키는 의외로 쉽다는 뜻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함께 있어야 힘이 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은 관심과 보살핌이다. 삶을 살아갈 희망을 놓아버린,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진심으로 위로받거나 일상의 소소함을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 한 사람이다. 어떤 하소연을 해도 비판 없이 들어주고 비난하지 않고 들어주는 누군가 한 사람만 있어도 큰 힘이 되고,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이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된다. 자신의 일상을, 감정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어떤가.
김현주 서울 서대문구보건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