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가금농장에 고병원성 AI 잇따라 발생
조류 인플루엔자(AI) 감염원으로 꼽히는 겨울 철새가 크게 증가해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이달 하순 중부권에 머물던 철새가 남부지방으로 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AI가 파죽지세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다.
20일 환경부가 발표한 '겨울철 조류 전국 동시 총조사'에 따르면 이달 11일부터 3일간 전국적으로 111종 약 143만 마리의 겨울 철새가 확인됐다.
전체 겨울 철새 수는 전월 대비 약 60만 마리(72%↑) 증가했고, 전년 대비로는 약 21만 마리(17%↑)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I 전파 가능성이 높은 오리·기러기·고니류 등 오리과 조류의 증가다. 조사 기간 이들 오리과 조류는 109만 마리로 전월 대비 약 54만 마리(97%↑)나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약 17만 마리(18%↑) 증가했다.
지역적으로는 간월호, 만경강 하류, 영암호, 부남호, 임진강 등 충남, 전북, 전남 및 경기 서부 해안지역에 겨울 철새가 집중적으로 분포한 것이 확인됐다.
실제로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하며 전국적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9일 첫 발생 이후 약 한 달간 전국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총 18건 보고됐다. 지난해 가을에는 첫 발생 이후 31일이 경과한 날까지 총 10건 발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첫 확진 사례는 경북 예천군의 한 종오리 농장에서 확인됐고 이후에는 주로 충북 지역에 집중돼 감염 사례가 나왔으나 이달 15일부터는 강원 원주시, 경기 용인·화성·평택시, 전남 장흥군 등에서도 확진 사례가 나오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환경부는 내년 1월까지 겨울 철새가 지속해서 유입될 것으로 보고 AI 확산 예방을 위해 신속 대응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AI 상시 예찰 대상 철새도래지 87곳을 대상으로 야생조류의 분변, 폐사체 등에서 AI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정밀 검사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의 철새도래지에 대한 출입 통제 관리 상황을 확인하며, 동물원 등 조류 전시, 관람, 보전 시설에 대해서도 방역 상황을 점검 중이다.
오리과 조류의 이동과 분포현황, 야생조류 AI 검사 결과 정보를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 등 방역 당국에 제공해 농가 방역도 지원하고 있다.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많은 철새가 국내에 도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국민께서는 철새도래지 방문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방문 시 소독 및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폐사체 발견 시 즉시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