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도미노 집값 하락...고금리에 실업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입력 2022-11-24 15:26 수정 2022-11-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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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선진국 중 절반 이상 집값 하락
9월 영국 주택 거래 1년 전보다 32% 줄어
중국 신규주택 가격, 7년래 최대폭 하락
미국 집값 20% 폭락 전망도
실업률 상승, 주택시장의 위험 요인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런던 템스강 주변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런던(영국)/AP뉴시스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런던 템스강 주변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런던(영국)/AP뉴시스
전 세계 주택 가격 하락세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코로나발(發)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은 주요국 금융당국이 긴축 고삐를 조이면서 급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주택시장이 빙하기로 접어든 가운데 가격 폭락의 골이 얼마나 깊을지가 남은 과제다. 고용사정이 집값 하락 폭을 결정하는 주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고 CNN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18개 선진국 집값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영국·독일·스웨덴·호주·캐나다를 포함해 절반 이상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이들 지역 집값은 지난 2~8월까지 6개월간 약 7% 하락했다.

세계 주요국의 주택 판매 수 급감과 집값 하락 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지난 1년간 뉴질랜드에서 주택 판매는 35%나 감소했고 주택 판매 가격 중간값은 7.5% 내렸다. 9월 영국의 주택 거래는 1년 전보다 32% 줄어든 수준에 머물렀다. 신규주택 구입은 10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해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는 중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올해 주택 판매가 43%나 급감했고 10월 신규주택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6% 떨어져 7년래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시기, 1970년대 이후 가장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경험한 미국도 10월 기존주택 매매가 전년 대비 28% 줄어들면서 9개월 연속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집값이 2024년 3월까지 올해 6월 고점 대비 5~10% 더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심지어 엔리케 마르티네스-가르시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블로그에 “집값이 20% 폭락할 수 있다”며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아담 슬래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데이터까지 고려하면 더 많은 지역에서 집값이 빠지고 있다”며 “침체 초기에 진입했다는 건 분명하고, 얼마나 깊고 오래갈 것인지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핵심 요인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1년 전 3%에 머물던 미국 30년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2002년 이후 처음으로 7%를 돌파했다. UBS 분석 결과 세계 주요 25개 대도시의 모기지 금리는 작년 이후 두 배가량 뛴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상승은 신규주택 구입자뿐 아니라 초저금리에 익숙한 기존 집주인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을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있다.

주택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향후 시장을 좌우할 변수로 고용상황이 꼽힌다. 인네스 맥피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버텨주면 주택시장의 완만한 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대로 얘기하면 실업률 상승은 주택시장에 매우 위험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의 고용률은 팬데믹 초기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인력 채용을 줄이거나 보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10월 미국 실업률은 3.7%로 상승했고, 영국도 2024년 3분기 4.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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