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예측가능 배당 투자법' 발의…"선 배당규모 후 주주확정"
강병원 "배당 얼마인지 알고 투자하는 '개미 선택권' 강화해야"
12월 결산 시즌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배당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배당 제도 개편 논의에 돌입했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배당금 규모를 먼저 정하고 나중에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국내 증시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은 2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예측 가능 배당 투자법’으로 상법 462조(이익의 배당)에 “배당결의일 이후 ‘일정한 날’로 배당기준일을 정해야 한다”는 조문을 신설했다.
법이 통과되면 기업은 미국 등 금융 선진국들처럼 주총이나 이사회에서 배당금 규모를 결정한 뒤 곧바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정해 특정 기한 내 지급해야 한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 기한을 정하며 너무 늘어지지 않도록 ‘몇 개월 이내’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상 국내 상장 기업은 매년 12월 말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배당 기준일 지정)한 뒤 다음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정하고 4월에야 지급한다. 실제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말에 주식을 사야 해 배당 투자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강 의원은 “배당을 받을 주주를 정한 뒤 배당금 규모 결정까지 3개월 이상 걸리며 이 기간 소액 주주 구성도 상당한 변동이 발생한다”며 “배당금을 높이더라도 작년 말 주주들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배당 압력을 감소시킨다”고 법안 필요성을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제도 개선에 돌입했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릴레이 세미나’에서 배당제도 개편을 담은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초안을 공개한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금융위의 연구용역을 받아 ‘배당 절차 선진화 및 배당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초안 발표 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연말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유권해석 등의 방법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기존 배당 관행도 함께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당성향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상장 기업의 배당성향은 26.7%에 그쳤다. 미국(41%), 영국(56.4%), 프랑스(45.4%) 등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을 선진지수에 편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불투명한 배당 제도를 꼽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의 43%를 차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