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6일 만에 끝나며 산업계가 정상화 수순에 나섰다. 파업 16일 동안 피해액만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서둘러 정상화를 추진 중이다.
9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장기간 파업에 산업계 피해는 3조5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기준 철강재와 석유화학제품 출하량이 평상시 대비 각각 48%, 20% 수준으로 내려갔다. 출하 차질 규모는 각 1조3000억 원씩 총 2조6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업계는 업무개시 명령이 발동된 전날(8일)부터 점진적으로 출하가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업무개시 명령 발동과 함께 화물연대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출하를 확대했다. 업무개시 명령 이틀째인 이날 오전 현재 정상적인 출하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평상시를 기준으로 충남 당진과 인천ㆍ포항ㆍ순천ㆍ울산 등 전국 5개 공장에서 하루 평균 5만t의 철강재를 출하해 왔다.
세아제강 포항공장은 전날 평시 출하량의 80%, 순천공장은 50% 수준을 각각 회복했다. 동국제강도 공장 원부자재 입고와 제품 출하가 정상화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업무개시 명령 첫날인 전날 기준으로 출하량을 평상시의 50% 수준까지 회복했다.
포스코 측은 “포항·광양제철소 모두 고객사로 향하는 출하가 진행 중”이라며 “12월 기준 육로 운송 출하 지연량은 하루 평균 2만6000톤 수준이었으나 어제 평시의 50%를 회복했고 조만간 정상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영진 1차관은 이날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9월 태풍 힌남노로 18개 제품 생산 공장이 모두 중단되는 피해를 봤으나 현재 10개 공장의 복구가 완료됐으며 연내 5개 공장의 추가 가동을 추진 중이다.
시멘트 업계도 정상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날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전국 시멘트의 출하량은 약 19만5000t을 기록했다.
평소 출하량인 약 18만t보다 1만5000t 더 많이 출하된 것. 출하량이 종전보다 늘어난 것은 레미콘 업체들이 비어있던 사일로(Silo·원통형 창고)를 다시 채우고자 평소보다도 많은 양의 물량을 공급받은 결과다.
시멘트 출하량은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인 지난 11월 24일부터 11월 29일까지 5~1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 발동 이튿날인 11월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하는 차주들이 증가하면서 출하량 또한 점진적으로 늘어왔다. 또한, 정부는 시멘트 출하량을 늘리고자 BCT의 과적을 종전 26t에서 30t으로 임시 허용하고, 비노조원의 업무를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방해하는 걸 예방하고자 경찰을 투입하는 등의 관련 조치를 취해왔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시멘트 업계 전체 피해가 약 1195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지난 6월 파업 당시 피해 추산액은 1061억 원이었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기사의 최소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만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적용 범위를 시멘트, 컨테이너 이외의 다른 화물 분야로 확대하고, 이를 지속해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가 손해배상 소송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앞서 국토부는 공공기관이 화물연대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보도에 대해 “지원할 부분이 있으면 지원한다는 의미다”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무역협회 등에서 검토 중인 중소화주의 손해배상 소송 지원방안도 다른 협단체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민간이 아닌 정부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